[기자의 눈] KBO, 김성근 감독 앞에서 당당한가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5. 5. 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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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징계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KBO가 한화 김성근 감독의 문제 제기에 공식 입장을 밝힐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을만한 조치를 내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KBO는 지난 28일 KBO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 전날(27일) 마산 두산-NC전에서 상대 투수를 향해 공을 던지는 비신사적 행위로 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민병헌에 대해 벌칙내규 7항에 의거해 3경기 출전정지와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부여했다.

또 1군 미등록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벤치클리어링 때 그라운드로 난입해 몸싸움을 벌인 홍성흔에 대해서는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이 밖에 두산 구단에게도 선수단 관리의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를 내렸다.

두산 선수단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가 약했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단, 똑같은 뜻을 달리 표현하는 말일 수 있지만 이번 징계에 과연 형평성을 찾아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상벌위원회의 발표가 나온 직후 수많은 야구 팬들이 한화-롯데전 빈볼 사태를 떠올렸다. 지난 4월12일 사직구장에서 맞붙은 두 팀의 경기는 이동걸이 황재균에게 사구를 던지면서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으로 사태가 확산됐고, 이후 이종운 감독이 한화 측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수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이동걸에게 5경기 출전정지 및 벌금 200만원, 김성근 감독과 한화구단에도 선수단 관리의 책임을 물어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김성근 감독이 빈볼을 지시했다는 근거가 없었음에도 말 그대로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고, 이로 인해 김 감독은 온갖 비난에 시달리며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두 사건을 비교했을 때 형평성 논란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두산 측은 심판이 덕아웃에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구인지를 물었을 때 장민석이 총대를 대신 메면서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단순히 끈끈한 동료애로 포장할 수 없는 사안이며, 구단과 감독의 선수단 관리 및 대처에 있어서는 한화보다 더욱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퇴장을 당했어야 할 상황에서 민병헌은 8회 한 차례 더 타석에 들어섰고, 우익수 수비도 줄곧 이어갔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방해하고 심판을 기만한 행위와 관련된 징계 수위는 여러모로 의문점을 남긴다.

민병헌이 던진 공에 해커가 다행히 맞지는 않았지만 행위 자체만으로도 민병헌 스스로가 언급했듯 선수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인지하기 힘든 순간에 저지른 빈볼 이상으로 악질적인 행동이었다. 벤치클리어링 도중 덕아웃에서 공이 날아든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이었던 만큼 오히려 더욱 강력한 징계가 필요했다.

KBO는 지난달 상벌위원회 개최 당시 "빈볼을 던진 투수뿐만 아니라 해당 구단에 대해서도 제재를 더욱 강화하여 향후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는 언급을 남긴 적이 있다. 한화의 빈볼 사태와 세세하게 비교했을 때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공을 던진 측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KBO는 일부 매체를 통해 두 사건의 징계수위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 좀처럼 공감하기 힘든 답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동걸의 경우 고의성이 명백했고 김성근 감독이 제지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벌금 조치를 내렸고, 민병헌의 경우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김태형 감독이 만류할 여유가 따로 없었다는 것.

또한 민병헌 및 홍성흔의 사례는 올시즌부터 신설된 구단 관리 소홀로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의 범위(빈볼, 폭행, 도핑)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구단에게는 엄중 경고만을 내리게 된 점, 이 밖에 해커가 공에 맞지 않은 점도 선수 징계에서 고려됐다는 입장을 꺼내고 있다.

하지만 벌칙 내규를 차근차근 살펴보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언급도 일부 포함돼 있다. 먼저 김성근 감독(제재금 300만원), 민병헌(출전정지 3경기 및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 홍성흔(제재금 100만원)의 경우 벌칙 내규 제7항(최고 300만원 이하의 제재금, 30경기 이하의 징계)이 나란히 적용됐다.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질서를 문란케 했을 때' 이같은 제재를 부과한다.

이동걸은 3명과 달리 벌칙 내규 제4항이 적용됐다. 벌칙내규 제4항은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빈볼과 폭행 등의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로 퇴장 당했을 때'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200만원 이하, 출전정지 10경기 이하의 징계를 내리며 이동걸의 경우 제재금 200만원, 출전정지 5경기가 각각 부과됐다.

마지막으로 한화의 경우 리그 규정 24조가 적용됐다. 리그 규정 24조에는 '구장질서를 문란케 한 감독, 코치, 선수, 심판위원은 총재에 의해 엄중한 제재(제재금, 출장정지 또는 병과)가 가해진다. 제재가 가해질 때에는 벌칙내규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으며, KBO는 올시즌부터 빈볼, 폭행, 도핑규정 위반 등의 경우에는 해당 구단에게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직접적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벌위원회 회의 이후 KBO가 공식적으로 밝힌 '(김성근 감독에게)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은 사실 벌칙 내규 제7항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선수를 제지할 수 있는 여유의 유무만으로 한쪽 감독은 가장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고, 또 다른 감독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과 동일한 벌칙 내규가 적용된 두산 선수들의 경우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KBO에서는 민병헌 및 홍성흔의 사례가 구단에게 관리 소홀로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 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구단에게 엄중 경고 수준의 조치를 취했음을 밝혔는데 실제 빈볼, 폭행, 도핑규정의 위반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말이 사실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미묘한 점은 정작 민병헌과 홍성흔의 경우 벌칙내규 제7항, 즉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질서를 문란케 했을 때'의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벌칙 내규에는 '기타의 언행', '구장질서를 문란케 했을 때'와 같은 항목이 추가적으로 언급돼 있고, 두 선수가 이 부분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구단 역시 관리 소홀 부문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화의 빈볼 사태 때 구단에 대한 제재 역시 보다 강화하겠다던 입장을 밝힌 KBO였기 때문에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언정 구단에도 얼마든지 강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민병헌의 행위 자체를 '주먹' 대신 '공'을 앞세운 폭행 시도로 볼 수도 있는 문제다.

이 밖에 해커가 공에 직접 맞지 않은 것이 징계 수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KBO 측의 언급은 사실 궤변에 가깝다. 빈볼의 경우 타자들에게도 소위 '직감'이라는 것이 있지만 진실 여부는 투수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고의성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민병헌의 공 투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악의적인 의도가 너무나도 명백히 드러나는 일이었다.

투수 5경기보다 타자 3경기의 징계가 더 과할 수 있다는 입장 역시 어폐가 있다. 벌칙 내규에 애초부터 야수/투수의 징계 경기 수 차등을 나눠놓지 않은 상황에서 상벌위원회가 포지션에 따른 경기 등판 횟수의 중요성을 고려할 이유조차 없다. 뿐만 아니라 민병헌과 이동걸은 서로 다른 벌칙 내규를 적용받았는데 이동걸은 최대 10경기 중 5경기, 민병헌은 최대 30경기 중 3경기 출전을 각각 제한 받았다. 오히려 이 부분에 초점을 둔다면 민병헌의 징계가 더 과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이처럼 두 사건의 징계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여러모로 의문점을 남기고 있으며, KBO의 입장 역시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사실 김성근 감독 역시 지난 28일 KIA전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언급을 남긴 바 있다.

두산-NC전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전달받은 김 감독은 논란을 굳이 키우고 싶지는 않은 듯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상벌위원회의 불분명한 기준에 대해서는 "뚜렷한 원칙과 형평성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이 매번 바뀌는 것 같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KBO는 과연 김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KBO 측이 이를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하루빨리 명확한 기준을 세워 또다시 유사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은 있다.

사진=스포츠코리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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