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친일파 동상' 논란
최근 국립국악원이 조성한 국악인 동상공원에 친일행적으로 문제가 된 인물들의 동상도 세워져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 등에 따르면 국악원은 지난달 ‘연희마당’ 뒤편, 우면산과의 경계 지점에 원로 국악인 6명을 기리는 동상공원을 조성했다. 그간 외부단체들은 주기적으로 돈을 모아 서울 서초구 국악원 내에 원로 국악인의 동상을 건립해왔다. 국악원 측은 이들 동상의 위치가 좋지 않아 예우에 어긋난다고 판단,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에 따로 동상공원을 조성했다. 인물을 소개하는 비문을 새로 만들고, 상금을 걸고 공원 이름도 공모했다.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뒤편 동상공원에 세워진 친일 이력이 있는 김기수(오른쪽), 함화진(오른쪽에서 세번째)의 동상.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동상공원에는 현재 원로 국악인 6명의 동상이 건립돼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김기수, 함화진은 친일행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김기수는 1939년 ‘이왕직아악부’(국립국악원의 전신)에서 근무하며 일본과 일왕을 찬양한 ‘황화만년지곡(皇化萬年之曲)’을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이왕직아악부 내에서는 친일과 항일의 흐름이 나뉘었는데, 김기수는 친일의 길을 걸었던 인사”라고 말했다.
함화진은 일제강점기 ‘조선문예회’ ‘조선음악협회’ 등 친일 색채가 강한 단체에서 활동했다. 조선음악협회는 1941년 창립된 뒤 국민개창운동 기념공연, 국가봉납 대회, 태평양전쟁 필승결의 선양대회 등을 개최했다. 함화진은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조선음악협회를 “동아공영권 내 새 출발인 동시에 신체제 정신의 발로”라며 예찬한 바 있다.
국악원 측은 “국악계에 기여한 바가 크고 친일행적은 시대적인 한계 때문이었다는 점, 또 이들이 역대 국악원장을 지냈다는 점을 감안해 외부단체들이 동상을 세워줬다”며 “향후 이들의 행적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찾아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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