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썸' 처벌 형평성 논란은 예견된 일이다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입력 2015. 5. 29. 05:54 수정 2015. 5. 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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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형평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27일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전 벤치클리어링에 따른 징계 결과를 전해 들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말이다. 팬들뿐만 아니라 야구계에서도 이번 징계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처벌 기준이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유행가 '썸' 가사와 다를 바가 없다. 형평성 논란은 예견된 일이다.

KBO는 28일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를 열고 27일 마산 두산-NC전 벤치클리어링에 따른 징계 결과를 발표했다. 상대팀 선수를 향해 공을 던진 민병헌은 3경기 출전 정지와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당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던 홍성흔에게도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KBO 측은 "민병헌은 상대 선수를 향해 공을 던지는 비신사적 행동을 했고, 홍성흔은 1군 엔트리 미등록 선수임에도 그라운드에 나와 몸싸움을 해 구장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포인트. 구단 차원의 징계다. KBO는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두산 구단에 엄중 경고 조치했다. 형평성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 지난달 12일 사직 한화-롯데전을 되짚어 보자. 당시 양 팀은 빈볼이 발단이 돼 벤치클리어링을 일으켰고, 롯데 황재균에 빈볼을 던진 한화 이동걸이 퇴장당했다. 사흘 뒤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이동걸은 5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 300만원, 한화 구단에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게 문제다.

한화 구단에 제재금을 부과한 건 신설 규정인 제24조, 빈볼과 폭행, 도핑규정 위반 등의 경우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묻는 조항 때문이다. 한화 구단이 빈볼로 제재금을 낸 상황인데, 두산도 폭행 항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대 선수를 향해 공을 던진 건 명백한 폭행이다. NC 에릭 해커가 움찔하며 피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공에 맞기라도 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당시 심판진은 장민석이 그라운드에 공을 던진 것으로 판단하고 퇴장 조치했다. 그러나 28일 오전 민병헌이 구단을 통해 "어제 벤치클리어링 이후 심판진이 더그아웃에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손을 들었지만 (장)민석이 형이 먼저 나서서 퇴장 명령을 받았다"며 이실직고했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게 미안하고 괴로웠다. 야구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께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민병헌이 사과한 건 잘한 일이다. 그런데 상벌위가 두산 구단에 내린 징계는 엄중 경고 외에 없었다. 한화와 다른 점이다. 빈볼 사건 당시 김 감독이 직접 빈볼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었음에도 전례 없는 징계를 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사건 사흘 뒤에야 상벌위가 열렸는데, 이번에는 전날 경기 종료 후 채 20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르게 징계 결과가 나왔다.

김 감독은 징계 결과를 전해 듣더니 "기준이 없다. 형평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며 "모든 것에는 원칙이 있는데 자꾸 확대되는 바람에 이런 일들이 생긴다"며 아쉬워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빈볼 사건 당시 KBO 측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면 같은 기준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단 차원 징계가 엄중 경고뿐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빈볼 사건 당시 한화에 '빈볼'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면, 이번에는 '폭행'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다. 공에 맞은 사람은 없지만 어찌 됐든 해를 입힐 수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썸' 가사에 대입하면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벌위는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 행동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한화는 김 감독(300만원)과 구단(500만원)까지 무려 벌금 800만원을 추가로 냈다.

이번 두산-NC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천만다행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무방비 상태에서 도구(공)를 사용해 상대를 공격한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 당시 관중석에 배트를 투척한 펠릭스 호세(전 롯데)는 10경기, 2004년 배트를 들고 상대(삼성) 더그아웃을 습격한 틸슨 브리또(전 SK)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미국 독립리그서 빈볼을 맞고 배트를 휘두른 호세 오퍼맨은 잔여경기 출전 정지는 물론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경기 중 도구를 사용한 공격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예.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동업자 정신을 잊고, 스포츠정신을 위배한 행위였다.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사과문까지 낸 이유다.

일단 두산과 NC 선수들은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의 악수를 했다. 앙금이 해소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징계 결과에는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논란이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현 징계 규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해석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형평성 논란'을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NC-두산 벤치클리어링. 사진 = NC 다이노스 구단 제공]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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