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이후 첫 금연의 날, '하이브리드' 흡연족만 늘었다

김유진 기자 2015. 5. 2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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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세계 금연의 날..전자담배·연초담배 동시 피우는 흡연자 증가 "더 해로워"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31일 세계 금연의 날…전자담배·연초담배 동시 피우는 흡연자 증가 "더 해로워"]

#1 직장인 김종혁씨(43·가명)는 올해 초 동료들과 함께 금연을 결심하고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제법 담배 맛과 흡사한 액상을 사서 피우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양한 액상을 구매해 맛을 바꿔가며 즐기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술자리에서 누군가 피우는 담배를 빼앗아 피우고 나면 "아, 이 맛이었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곤 했다. 결국 한 개비씩 늘려가던 김씨는 이제는 담배와 전자담배를 둘 다 피우게 돼 버렸다.

#2 프리랜서 박영환씨(30·가명)도 연초 2000원이나 인상된 담뱃값에 화들짝 놀라 인근 상가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했다. 2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샀기 때문에 처음에는 담배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마음으로 전자담배만 피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제 박씨는 실내에서는 전자담배를 피우고 실외에서는 담배를 태운다. 그는 "목에 걸고 다니면서 한 모금씩 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 생각이 날 때 밖에 나가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다만 눈치가 좀 보여 향 없는 액상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둔 가운데 연초 정부가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직후 유행처럼 전자담배 사용에 나섰던 흡연자들이 이제 전자담배와 일반 연초담배를 함께 피우는 일명 '하이브리드(hybrid) 흡연자'로 변해가고 있다.

올초 담뱃값 인상 직후 전자담배 사용은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전자담배용액 수입량은 31톤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 66톤의 절반에 가까운 담배용액이 단 2개월 만에 수입된 것이다.

전자담배 바람은 지난해부터 불어왔다. 지난해 8월 담뱃값 인상이 예고되며 전자담배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13년 대비 지난해 전자담배 수입은 중량 기준 348.2%, 금액 기준 342% 증가했다. 그만큼 많은 흡연자들이 담배의 대체제로 전자담배를 구입했다는 얘기다.

반면 연초 반짝 줄어들었던 흡연율은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00원 인상에 반토막 났던 담배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월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9% 감소했지만 4월에는 24.6%에 그쳤다. 20%의 흡연자들이 다시 흡연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전자담배를 사용했던 흡연자 가운데 상당수가 전자담배와 일반 연초담배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둘 다 피우는 '하이브리드 흡연자'들의 경우 추후 금연도 훨씬 힘들어질 뿐더러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전자담배 용액 양 조절에 실패해 과도한 양의 니코틴을 흡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둘 다 동시에 피울 경우 흡연 중독 정도가 높아져 나중에 금연을 결심하더라도 실행하는 것이 훨씬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자담배는 담배를 피우는 것과 거의 대동소이한데도 마치 치료제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잘못된 지식을 캠페인 등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2월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6%만 전자담배가 '해롭다'고 답했으나 대한가정의학회 소속 의료진 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가 '해롭다'고 답한 것이다.

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이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에는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가격적 금연정책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금연을 위한 의학적 치료를 활성화 하는 등 비가격적 금연정책 또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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