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北과 군비경쟁 할수록 손해..'비대칭전략'의 역설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입력 2015. 5. 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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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1998년 속초 앞바다에서 나포된 북한 유고급 잠수함을 해군은 '꽁치급'이라고 부른다.

꽁치잡이 그물에 걸려 잡혔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지만 북한 전력을 낮춰보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하지만 대체로 성능이 의심되는 북한의 '신무기'가 공개될 때는 반응이 확 달라진다.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참관한 모습 (사진=노동신문)
최근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에 이어 스텔스 기능의 '파도 관통형 고속함(VSV)' 배치가 확인된 게 대표적인 예다.

현존 전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이 등장했다며 호들갑을 떠는 사이에 군비증강은 기정사실이 되고만다.

VSV야 아직 이름도 생소한 무기여서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실체를 알 수 있겠지만 SLBM은 벌써부터 '포토샵'(사진합성)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청와대 상공까지 뚫렸다고 소동이 벌어진 북한 무인기도 추락한 기체를 살펴보니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한심한 수준이었다.

북한 무인기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내 상업용 무인기보다 못한 성능에다 위장용이랍시고 조잡한 하늘색 무늬의 페이트칠을 해놨다.

물론 북한이 새로운 공격전술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군의 막중한 책무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북한이 뭔가 살짝만 보여줘도 앞뒤 가리지 않고 방어무기를 잔뜩 사들이는 식으로는 과연 국방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원래 군비경쟁은 부자 나라에 유리한 게임이다. 미국은 옛 소련을 '별들의 전쟁'(우주무기 경쟁)에 끌어들여 군비를 바닥나게 했고 결국 소련은 해체됐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 상황을 보면 그런 기대도 할 수가 없다.

우리의 경제력이 아무리 앞선다 해도, 북한이 허깨비 같은 무기를 꺼낼 때마다 일일이 대응한다면 군비경쟁의 주도권을 쥔 것은 오히려 북한이 된다.

국방예산도 좋지만 저성장에 따른 세수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연금 고갈 같은 어려운 나라살림도 무시할 수 없다.

걱정은 돈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과 티격태격하는 사이 주변국에 대한 경계태세가 허술해지는 게 더 우려스럽다.

중국의 해양굴기와 일본의 군사대국화, 뿐만 아니라 미·일간 신밀월관계는 한미동맹에만 안주할 수는 없게 만든다.

해·공군 전력의 상당 부분은 미군에 의지하고 육군은 휴전선 방어에만 치중하는 지금의 전략으로는 언젠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힘이 약해졌을 때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비대칭 전략은 약자의 전략이다. 재래식 전력으로는 당할 수가 없으니 '저비용 고효율'의 틈새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대칭 전략은 방어 전략이기도 하다. 상대를 한 방에 보낼 자신이 없는 한 선제공격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이 틈틈이 선보이는 비대칭 무기에 매번 반응하는 것은 그 조악함 여부를 떠나 결코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핵과 각종 탄도미사일은 물론 휴전선 일대의 장사정포, 10여만명에 이르는 특수전부대 등 온갖 비대칭 전력을 갖출 만큼 갖췄다.

이에 대해 우리가 모든 방어책을 세워놨기 때문에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꺼내드는 게 아니다.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두더지 잡기식 소모전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북한만 뚫어지게 바라볼 게 아니라 전후사방 둘러보고 긴 호흡으로 군사력을 건설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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