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주식 투자 열풍이 반갑지 않은 이유

구자현 공인회계사 2015. 5.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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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점심 시간 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이야기 중 하나가 주식이다. 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 속에 평소 재테크라고는 예·적금이 전부였던 사람들조차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은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의 최적화된 선택의 결과이다.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의 말처럼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예금하는 것은 돈을 감옥에 가둬두는 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 열풍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재테크 전략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4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0%대 경제성장률, 살인적인 취업 경쟁, 극심한 갈등과 정쟁이 반복되는 국내 정치·사회 현안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북핵 문제, 밀월 관계로 접어든 미·일 사이에서 꼼짝 못하는 나라 밖 현실 등에서 오는 답답함이다.

더 심각한 것은 열심히 배우고 묵묵히 일하다 보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국민적 에너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연애, 결혼, 주택 구매 등에 덧붙여 희망과 꿈까지 포기한 '7포 세대' '달관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운이 좋으면 단기간에 큰 노력 없이도 돈을 따고,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개인들이 오로지 소문에 휩쓸려 빚을 내가면서까지 시총 상위 종목이나 테마주 등에 몰리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개인들의 주식 투자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자본시장의 발전과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개인들의 활발한 주식 투자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꿈과 희망을 잃은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리더십과 체계화된 미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그럴수록 스마트폰 증권 투자 앱에 몰두하는 직장인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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