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군사화물로 반입되는 위험물질은 세관 검사 사실상 불가능

박성진 기자 2015. 5.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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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토의 미군 연구소에서 실수로 ‘죽거나 비활성 상태’가 아닌 ‘살아 있는 탄저균’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보낸 사실이 사건발생 닷새가 지난 28일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9조(통관과 관세)에는 ‘합중국 군대에 탁송된 군사화물’ 등에 대해서는 세관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어 탄저균 같은 위험물질 등이 어느 정도나 주한미군기지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알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아있는 탄저균이 SOFA규정에 따른 군사화물 경로를 통했는지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SOFA는 미군 시설과 기지 안에 특수 무기반입에 대한 통제권이나 조사권을 한국 정부에 원천적으로 주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실수로 오산 기지에 잘못 배송된 살아 있는 탄저균에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지만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며 “응급격리시설에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에 따라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 측은 민간업자를 통해 오산기지로 배송된 탄저균이 비활성화된 실험(훈련)용 표본으로 인식하고 우리 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스티브 워런 대변인(대령)도 “탄저균 샘플 한 건이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주한미군 ‘통합위험인식연구소(ITRP)’ 프로그램으로 배송됐다”고 밝혔다. ITRP는 일명 주피터(JUPITR)로, 생물학전 대응 계획을 세우는 곳이다.

살아 있는 탄저균은 유타주에 있는 더그웨이 생화학병기시험소에서 부주의로 메릴랜드의 군 연구소로 보내진 뒤, 미 전역 9개 주 민관 연구기관으로 나누어 배송됐다. 탄저균 표본 1개는 오산 미군기지 제51전투비행단으로 보내졌다. 살아있는 탄저균은 지난 22일 메릴랜드의 한 군 관련 연구소 직원들이 처음 발견해 미군이 실태 파악에 나섰으며, 닷새가 지나서야 이 사실을 공개했다.

탄저균 탐지 세트가 오염된 상황에서 오산기지 실험실 주변의 오염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군산 기지의 탐지 세트로 정확한 확인을 다시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탄저균은 비활성 상태로 주한미군 연구소로 보내져 전장에서의 생물학전 위협 식별능력을 키우기 위한 ‘탄저균 고유 유전자(DNA) 탐지 프로그램’에 사용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탄저균) 운송장이 현재 폐쇄된 실험실 안에 보관돼 있다고 해 정확한 이송 경로를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밀폐 등 안전규정을 지켰다고 주한미군 측이 설명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고,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였다는 걸 의도적으로 감춘 건 아닌지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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