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옷장에 숨기세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
다가오는 7월에는 이사를 해야 한다. 2년 6개월을 연애한 사람과 마침내 동거하기로 합의했고, 혼자서만 살던 집을 떠나 함께 지낼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1년 4개월 전, 현재 그녀가 지내고 있는 집을 알아보러 부동산 사무실에 들렀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 때처럼 다시 잘 알아보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사실 1년 전 쯤에 식구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길고양이였던 녀석을 동거묘로 받아들였다. 애인을 집에 바래다주던 저녁, 건물 앞 도로에서 "야옹"하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주차된 차량 밑에서 슬며시 기어나온 고양이는 애인의 다리에 몸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이내 애교를 부리더니 원룸 건물의 출입문을 열자 뒤이어 들어왔다. 2층까지 계단을 따라서 올라오더니 방 현관문을 열기 무섭게 침대로 올라가서 능청스럽게 잠을 청했다.
"뭐 이런 고양이가 다 있어?" 그렇게 시작된 인연
▲ 집에 따라들어온 이후 동거하게 된 고양이. |
ⓒ 김준수 |
겉으로는 냉정한 듯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정이 많은 것을 보면서, 동거인과 고양이의 성격이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반려동물과 사람은 그렇게 닮아간다고 했던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바깥에서 데려온 고양이였기에 병원에 데려가서 접종도 하고 더 맛난 사료를 먹이려고 고심했다. 밤이 늦은 시각에는 약속이 있어도 서둘러 귀가했다. 밤에 먼저 잠을 재우고서야 내가 잠을 잘 수 있었고, 아픈 고양이를 데리고 진땀을 흘리면서 병원에 간 일도 있다. 아버지가 나를 키우면서 느꼈을 심정을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는 나날이었다. 우습게도, 고양이를 키우면서 말이다.
첫 만남에서는 "뭐 이런 고양이가 다 있어?" 싶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족이 된 느낌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고양이를 돌보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나와 애인에게는 살갑게 구는 모습을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사를 앞두고, 동물을 데리고 방을 구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이사하기... '어찌해야 하나'
▲ 방찾기 어플 '직방'의 검색 화면. |
ⓒ 직방 |
동거인과 몇 시간을 들여서 괜찮은 장소를 추려냈다. 여기까지는 수고가 들었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진짜 난관은 '고양이를 데리고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방이 마음에 들더라도 만약 계약서에 '애완동물 금지' 조항이 있다면 결국 돌아서야만 할 것이다.
반려동물과 살고 있거나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종의 차이를 떠나서, 같이 생활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낸 존재에게서 느끼는 정이란 매우 끈끈하다는 것을. 전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흔한 동물'에 불과할 테지만, 함께 수많은 나날을 보내며 서로의 따스한 온기에 위안을 주고받은 고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도. 비록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고 할지라도, 인연이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면 도대체 어찌해야 하나. 처음부터 부동산 사무실에 "애완동물 반입이 가능한 집을 알아봐 주세요"라고 말하면 고민은 조금 줄어든다. 아마도 고를 수 있는 집의 숫자와 옵션도 따라서 줄어들 것이다. 같이 사는 고양이가 조용하고 얌전한 녀석이라고 공인중개사를 설득했다. 미리 알아보고 간 방을 꼭 계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앱의 게시물 설명에 따르면, 지하철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버스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치상으로 주택가라 조용하면서도 큰길에서 멀지 않았다. 동거인이 이용할 교통편에 딱 알맞았기에 놓치고 싶지 않은 방이었다. 그런데 만약 집주인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떠올리기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단한 월세 계약을 끝내고 돌아와서
▲ 고단한 하루를 보낸 듯한 모습으로 잠든 고양이. |
ⓒ 김준수 |
이사할 집의 창문도 고심거리다. 현재 지내는 방의 창문에 올라가서 바깥을 내다보는 것이 고양이의 오락인데, 이사할 곳의 창문은 여닫이라 그게 힘들어질 것 같다. 더 넓은 방을 구했다고 우리는 스스로 위로했지만, 뭔가 더 뾰족한 수가 없을까 고민 중이다.
따져보면 이 모든 고민들이 결국 '내 집'이 없기에 생기는 것임을 깨닫고 나서는 우울해진다.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서 이사하려니 괜히 먹먹한 기분도 든다. 동거를 위해 두 사람의 짐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이사를 위해 짐싸기를 두 번 해야한다는 점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이사 때문에 지금부터 지치지는 말자고 다짐할 따름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부분들을 더 생각하려고 애쓴다. 초여름부터 거주할 곳에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동물병원도 있고, 지금보다 더 조용한 주택가라서 휴식에도 나을 것 같다. 욕실도 넓고 방의 수납공간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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