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금반지 발굴' 처벌 놓고 시끌시끌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해수욕장에서 금반지와 귀고리 등을 주워 판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이 일제히 처벌에 반대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찾은 귀금속을 판매한 혐의(점유이탈물횡령)로 27일 박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야 시간에 부산 해운대·송도, 충남 대천, 전남 가계 해수욕장 등 4곳에서 해수욕객이 잃어버린 금반지 등 귀금속 19점(380만원 상당)을 습득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250만원을 주고 산 금속탐지기로 백사장에서 귀금속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남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 함부로 처분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약식 기소돼 30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밝혔다. 타인의 물건을 주워 유실물보관센터 등에 신고할 경우 6개월 후에도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실물법에 따라 습득자가 소유권을 갖는다. 박씨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 귀금속을 처분하다 금붙이를 자주 파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처벌 입장을 밝힌 경찰과 달리 네티즌 상당수는 처벌을 반대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먼저 모래밭에서 금붙이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지극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박씨에게 소유권을 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디가 'di****'인 네티즌은 "백사장에서 금반지를 주웠다고 가정하자. 신고해 잃어버린 사람 찾을 수나 있는가? 이건 좀 아니다 싶은데"라고 밝혔다. 네티즌 'tndi****'은 "출근길 뉴스를 접하고 황당했다. 이게 죄가 성립이 되는 건가? 길거리도 아닌 저 넓은 백사장인데. 몇 년 전 아니 수 개월 전에 잃어버린 물건을 최근에 주워도 죄가 된다니"라고 말했다. 'gsss****'은 "점유이탈물이 맞긴 한데 (처벌은) 너무 심했다. 주인 찾을 확률이 있나?"라고 했다.
들인 돈과 수고에 비해 벌어들인 수입(?)이 작은 것도 박씨에 대한 동정심(?)을 부추기고 있다. 네티즌들은 250만원짜리 금속탐지기까지 구입해 4개월간 밤마다 전국의 해수욕장을 누빈 대가라고 보기엔 380만원이라는 액수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네티즌 'knig****'은 "380만원, 다섯 달, 기름 값, 발품, 밤잠 포기…. 차라리 알바를 뛰는 게 남겠네"라고 말했다.
자기를 탐지인으로 소개한 네티즌 'tmfv****'은 박씨가 죄를 지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탐지인으로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탐지인들은 금만 줍는 게 아닙니다.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치우기 바쁩니다. 서해에선 물때 시간 맞춰야 해서 24시간 동안 2탐(금붙이 2개를 찾는 것) 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거운 장비로 인해 오랫동안 할 수도 없습니다. 정말 운 좋으면 하루에 2개 정도 가능합니다. 갈 때마다 줍는다면 대박이겠죠. (탐지한 날에 금붙이를 주울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이틀이나 사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쓰레기입니다. 병따개, 캔 조각, 쇠, 낚싯바늘 등은 인증 샷까지 찍으며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억지 같은 법으로 탐지인의 취미를 너무 나쁘게 비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부 네티즌은 박씨가 점유이탈물을 횡령한 게 아니라 무주물을 선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주물 선점'은 소유권이 없는 물건을 소유 의사를 갖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점유하는 것을 말한다. 네티즌 'joen****'은 "주인들이 포기한 것을 주워다 파는데 무주물 선점이지 왜 절도냐?"라고 따졌다. 실제로 백사장에서 찾은 동전을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 모양이 모두 동일한 동전의 특성상 주인을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운 귀금속은 경찰청 분실신고 접수 싸이트인 '로스트 112'에 6개월간 공고한 뒤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실물법에 따라 발견자에게 소유권을 준다면서 바로 처분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당부했다.
김정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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