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그릇 2,000원'의 비밀

2015. 5. 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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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빈속 달래는 낙원동 식당
추억 찾아 체험 위해 항상 북적
송해 씨도 20년 단골손님
주인 “되니까 하는거지…”

‘국밥 한그릇에 2000원.’

웬만한 음료수 한병도 2000원이 넘고, 명절 용돈으로 1000원짜리 꺼내면 아이들도 ‘장난 치세요’라며 뜨악한 표정을 짓는 세상인데, 해장국 한끼를 2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1980년대 풍경은 아니다. 물론 아는 사람도 많은 곳이지만, 2015년 5월 현재 낙원상가 인근에 있는 60여년 전통의 국밥집 얘기다.

이것이 가능한 곳은 바로 낙원동 일대다. 많은 시민과 외국 관광객이 찾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거리 건너편. 

관광객이 풍성한 인사동에선 고가 상품도 봇물을 이루지만, 낙원동에선 단돈 2000원만 있으면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다. 낙원상가 주변 2층짜리 건물의 ‘소문난 해장국’ 집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돈 2000원만 있으면 따끈한 우거지 국밥에 밥을 말아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는 사람들은 물론 ‘서민’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분들, 취업을 위해 뛰는 구직자들, 주머니가 얇은 직장인들이 수년째 단골로 찾는다. 가난한 사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옛 추억을 찾아, 입소문 근원지를 찾아 오는 고객도 상당수다.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적인 것은 2000원짜리 국밥을 먹고 식당을 나올땐 뱃속에 정(情)을 한아름 담을 수 있어왠지 뿌듯한 배부름을 느낀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4면

식당은 정(情) 자체다. 계산대도 따로 없다. 알아서 테이블에 돈을 두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올드(Old)풍(風) 만을 연상한다면 오해다. 요즘엔 블로그 등에서 낙원동 식당 존재를 알곤 일부러 방문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이색 체험을 위한 신세대 커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29) 씨는 “처음에는 블로그 등을 통해서 긴가민가 하면서 왔는데, 저렴한 금액으로 따뜻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며 “양이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기도 해서 맛도 맛이지만 정이 깊은 곳이라 가끔씩 이곳에 들른다”고 했다.

싼 가격으로 마음의 부자를 이룰 수 있는 곳은 이곳만은 아니다. 1만원만 있으면 반주를 곁들인 식사는 물론 이발도 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실버 계층이 주로 머문다.

물론 이곳을 지탱해주는 이들은 대부분 몇십년 씩 오던 단골들이다. 낙원동 식당가 마니아들이다. ‘전국 노래자랑’의 상징 송해 씨도 소문난 해장국 집의 20년 단골이다. 송해 씨가 TV프로그램에서 90세 건강의 비결을 ‘2000원짜리 국밥’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일대를 두고 한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손님들 자신도 경제학적 측면을 따져보곤 ‘2000원에 국밥 한그릇이 가능한가’라고 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인은 말한다. “되니까 하지, 아니면 손해보고 누가 하는데?”

낙원동 일대를 둘러보다보면 장사가 되는지, 이문을 남기기는 남기는지, 단골손님으로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박한 세상, 그렇잖아도 한푼이라도 더 갖기 위해 아둥바둥 싸우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정이 더 소중함을 잊지 않고, 식탁에 내놓아진 ‘따뜻한 마음’을 빼곡히 담은 2000원 짜리 국밥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묘한 감정을 선물받는 것이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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