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탄저균에 무방비', 미군은 '예방접종'

박성진 기자 2015. 5. 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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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탄저균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군은 탄저균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이번 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 등으로 생화학전 대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우리 군에 탄저균 백신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대해 턴저균 예방(면역)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1998년 9월 처음으로 주한미군에 대해 탄저균 면역접종을 실시한 후 한때 중단했다가 2002년 6월부터 다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은 북한의 탄저균 등 생물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저균 제독 실험 등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균

군 관계자도 “주한미군 탄저균 예방접종은 북한의 생물무기 위협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북한이 생물무기를 보유했거나 사용할 수도 있다는 미 국방부측 판단을 반영한 조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군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은 1 가량의 탄저균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는 10년 전부터 미측에 탄저균 백신 구입을 문의했지만 물량이 부족하고 해외에 판매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학무기로 쓰이는 병균인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독소를 생성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해 쇼크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때문에 탄저균은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탄저균은 일단 노출이 되면 치사율이 80% 이상인데다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살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균전에서 무기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탄저균은 감염자의 인체 부위가 검게 썩어들어가게 한다.

한편 주한미군은 미국 군 연구소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송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모두 폐기처분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한미군측은 “오산기지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으나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탄저균 실험 과정과 폐기 처분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탄저균 표본 식별과 폐기 처분한 사실을 전날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은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보내온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가지고 오산기지의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탄저균은 비활성 상태로 주한미군 연구소로 보내져 배양 실험을 통해 균을 살려내 각종 제독 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측은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비활성화 상태 및 무해한 균으로 판단하고 실험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보냈으며, 탄저균 표본 1개는 한국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갔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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