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카페로 출근하는 대학교수

CBS 박재홍의 뉴스쇼 2015. 5.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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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더 잘해줘서 인심을 얻어야 한다, 이런 뜻의 말인데요. 요즘 대학은 미우면 가차없이 보복하는 곳이 됐습니다. 카페로 출근하는 대학교수,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무슨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 복직한 교수를 카페로 발령낸 수원여대 말씀하시는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저는 이 얘기 듣고 도대체 대학이 뭐하는 곳일까, 요즘 아무리 대학이 취업학원화됐다고 하지만 취업학원 강사도 이 정도 대접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8일 전이었는데요. 수원여대 교수 2명이 학교 비리 근절을 요구하다가 해직이 됐다가 복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측이 그 교수에게 근무하라고 발령을 낸 곳이 카페와 취업지원센터였습니다. 교수실이 아니고요.

◇ 박재홍>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 김성완> 네. 학과장에 교수협의회 회장까지 지낸 교수에게 근로장학금 받고 근무하는 학생이 앉는 자리를 줬습니다. 근로 장학생들이 카페 집기 관리와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그런 역할인데, 그런 자리에 교수를 앉혀놓은 겁니다. 이 대학 측은 두 교수에게 근무지를 이탈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보고를 하고 매일 오후 5시 30분에 업무일지를 작성해서 부서장 결재를 받은 뒤에 퇴근하라, 이렇게 얘기를 했답니다. 취업지원센터로 발령 받은 교수는 모욕감을 참지 못해서 사표를 썼습니다.

◇ 박재홍> 근무지 이탈할 때 보고하는 건 군대에서나 그렇게 하는 거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이렇게 잘 안 하는 건데.

◇ 박재홍> 대학과 교수가 사이가 나쁜 건 맞는 것 같은데, 얼마나 밑보였길래 이렇게까지 두 교수에게 명한 겁니까?

◆ 김성완> 찍 소리 내지 말고 학생이나 가르쳐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찍 소리를 냈다? 이게 이유라면 이유일까요? 지난 달 초 전임총장이 교비에서 횡령한 5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러면서 교수를 상대로 모금을 한 대학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잖아요. 그 대학이 바로 수원여대였습니다. 대학의 전횡과 비리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는데요. 오죽하면 교육부가 대학설립자의 아들인 총장의 해임요구를 했겠습니까? 해임됐던 두 교수는 교수협의회를 만들어서 이렇게 썩어가는 대학의 비리를 근절하자, 이렇게 요구한 죄밖에 없는데요. 대학 측이 해당 교수를 탈탈 털어서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파면 조치했습니다. 그런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이건 재량권 남용이다, 이렇게 결정을 해서 다시 복직을 했는데, 그 사람들을 카페로 발령하고 취업지원센터로 발령을 낸 겁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재량권 남용 조치가 나와서 복직을 시켰는데, 교수는 안 시키고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자리에.

◆ 김성완> 근로 장학생이 있을 자리에 앉혀놓고 거기에서 일해라,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 박재홍> 대학교수 자리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는 많이 나오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요?

◆ 김성완> 제 주변에 친분 있는 교수님들이 많은데요. 그분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하는 얘기가 이겁니다. "교수 못해먹겠다." 물론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들이 들으면 서운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요. 교수들이 울트라갑 행세하던 시절은 이미 먼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 요즘 교수들은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데요. 학생 강의하는 건 그건 거의 가욋일입니다.

◇ 박재홍> 당연히 해야 되는 거고.

◆ 김성완>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면서 별로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이 돼버렸어요. 대학평가 준비해라, 대학평가준비위원회에 다 들어가 있어야 돼죠.

◇ 박재홍> 순위 때문에 난리고, 대학들이.

◆ 김성완> 순위 떨어지면 정부지원금이 깎이니까 여기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거든요. 그리고 학생들이 요즘에 줄어들고 있으니까 직접 고등학교 다니면서 학생 모집도 해야 합니다. 심지어는 제가 아는 분은 거의 정년이 다 된 분인데 학생 모집하러 다녀라, 이런 얘기를 들었답니다. 또 취업률을 올려야 되니까 아는 사람들한테 내 제자 좀 써주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학측과 재단에서 요구하는 각종 민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것까지 다 들어줘야 하는데요. 심하게 말하면 요즘 교수들은 거의 노예나 다름이 없습니다. 수원여대 이웃사촌인 수원대. 여기도 비리 문제로 시끄러웠던 대학이잖아요. 이 대학의 총장이 교수협의회 교수들에게, 교수들이 비리 문제에 대해서 자꾸 문제제기를 하니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 쓰레기만도 못한 말종이다'.

◇ 박재홍> 듣기 민망한 수준을 넘어 서네요.

◆ 김성완> 대학 총장이 이렇게 욕설을 해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또 해직됐다가 복직해서 정년퇴임을 앞둔 교수를 위해서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강의를 하시라 그러면서 학생회관 앞에 강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줬는데요. 학교 측이 교직원을 동원해서 몸으로 막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마지막 강의를 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이런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 박재홍> '좋은 시절 다 갔다.' 이런 교수님들의 말이 사실인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이 교수들에게 막말했던 사건도 생각이 나네요.

◆ 김성완> 너무 유명해서 제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아실 것 같은데요.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두고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빼는데 쳐줘야지.’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 박재홍>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지.'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 김성완> 또 입학처장을 통해서 입학사정하는 교수들에게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오면 뭐하나.' 이러면서 남학생 뽑으라고 얘기했다고 해서 또 시끄러웠고요. 사실 요즘 대학 재단 이사장은 거의 전제군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 박재홍> 모든 대학 재단이 그런 건 아니고. 일부 문제가 되는 학교 재단 얘기를 하고 계신건데요.

◆ 김성완> 물론 그렇습니다.

◇ 박재홍> 재단과 교수 사회의 문제 말고, 또 문제가 있는 곳이 있다구요?

◆ 김성완> 학생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대학에 비판적인 학보가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걸 한 번 묻고 싶은데요. 예전에는 대학들의 학보들이 상당히 사회 비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잖아요. 요즘에는 대부분 학교 홍보지로 전락했습니다. 학교측이 지원금도 끊고 신문 낼 때마다 간섭을 하기 시작하는 건데요. 서울여대 학보가 어제 백지 발행을 했습니다. 1면 전체를 통으로 다 비워두고 신문을 발행한 건데요. 왜냐하면 총학생회가 축제기간에 미관을 해친다면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학을 철거한 사건, 제가 행간에서 얘기한 적이 있었잖아요. 이사건에 대해서 졸업생들이 대학측과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학보 1면에 실으려고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측이, 그 몇 명의 의견이 전체 의견은 아니다, 이러면서 학교 명예훼손을 하는 것이라고 막았다고 합니다. 요즘 대학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비판 의식은 실종된 지 오래고요. 조그마한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 오로지 하나의 목소리만 내야 하는 게 바로 요즘 대학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대학 사회의 아픈 모습을 지적해 주셨어요.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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