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꽃보다 나영석

입력 2015. 5. 28. 09:12 수정 2015. 5.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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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할배>가 또 한 번 대박을 터뜨렸다.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나영석 PD의 허리와 고개는 숙여진다. 칭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영석 PD를 만났다.

나영석 PD와 인터뷰하기로 한 날, 그와의 첫 만남을 먼저 회상했다. (그가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2년 전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대형 마트 앞에서 편안한 청바지 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넸었다. 특별히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는데, 이후 그의 프로그램을 취재할 때면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져 좋았다. 첫인상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나영석 PD의 '점잖은' 첫인상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그날에도 여전했다. '최고'라거나 '역시'라는 칭찬에도 덤덤했다.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게 출연진의 능력"이라고 했고 '나영석표' 리더십에 대한 질문에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 덕분"이라고 말했다. 나영석 PD는 흔들림 없는 든든한 나무 같았다.

KBS를 떠나 tvN에 새 둥지를 튼 이후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까지, 매주 금요일 안방극장을 사수한 나영석 PD가 이번에는 할배(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들과 그리스로 떠났다. 배우 이서진을 또 한 번 짐꾼으로 기용했고 <삼시세끼>에서 김장을 하는 열정을 보여준 최지우를 서브 짐꾼으로 데려갔다. 성공할 것이라는 나영석 PD의 예상은 적중했다. 평균 시청률 9.3%, 최고 시청률 11.2%(닐슨코리아 기준). 4주 연속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할배들의 네 번째 여행지로 그리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선생님들의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가기 싫은 곳을 억지로 가는 걸 바라지 않아요. 선생님들 스스로 즐거워하실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이서진씨와 개인적으로 만날 때마다 "이번엔 어디로 갈까?"라고 물었죠. 제일 많이 이야기한 나라가 쿠바와 그리스였는데 쿠바는 너무 멀어서 이동이 힘들 것 같았고 그리스가 그나마 어르신들이 여행하기에 적합한 나라였어요.

그리스는 어떤 나라인가요?

말 그대로 신의 나라!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아주 좋았어요. 선생님들과 짐꾼들이 모두 만족해서 기분이 더 좋았어요. 촬영해온 영상을 보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아름다웠어요. 그리스에 가고 싶은 시청자들도 대리만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선생님들의 컨디션은 어땠나요?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하더라고요.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 고생하는 분도 있었고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도 있었어요. 백일섭 선생님은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걷는 걸 힘들어하셨죠. 두 짐꾼이 발품을 판 덕분에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요.

최지우씨를 짐꾼으로 섭외한 게 묘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지우씨는 <1박2일> 때 잠깐 보고 <삼시세끼>를 하면서 이틀 동안 함께 작업했어요. 지우씨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이에요. 주어진 일에 대한 집중력과 몰입도는 대한민국 1등이라고 생각해요. 지우씨에게 짐꾼이라는 미션을 입력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최지우씨가 선뜻 하겠다고 하던가요?

섭외차 전화를 했더니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삼시세끼> 때 이순재 선생님을 뵙기도 했고 이서진씨는 원래 알던 사이기도 하고요. 또 알고 보니까 지우씨가 여행을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선뜻'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최지우씨의 짐꾼 역할에 만족하나요?

두바이와 그리스에 열흘 동안 있었는데 여배우나 스타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죠. 선생님들을 보필하는 모습이나 여행지에서의 적응력을 보면 '정말 최지우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이서진씨가 "<삼시세끼>는 차승원한테 까이고 <꽃보다 할배>는 최지우한테 까였다"고 할 정도로 아주 열정적으로 해주었죠.

최지우씨와 이서진씨가 '썸'을 탔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웃음)

하하. 그게 그렇게 소문이 나나요? 사실 젊은 미혼 남녀가 열흘 가까이 붙어 있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심지어 같이 여행을 떠난 건데요. 단지 두 짐꾼의 '케미'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서진씨가 MBC <무한도전> 측의 새 멤버 제안을 거절했을 때 '으쓱'했을 것 같아요.

전~혀, 자기가 자신이 없으니까 거절한 거 아니겠어요? 하하. 자신 있었으면 출연했겠죠. <무한도전>은 이서진씨의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넓고 깊은 프로그램이에요. 이서진씨는 농사를 짓거나 짐을 드는 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하하.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 모두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고된 프로그램이에요. 매번 이렇게 힘든 포맷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배낭여행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선생님들도 체력적으로 힘들고 제작진도 스트레스가 많죠. 그런데 저는 우리가 여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는것만큼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충분히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요. 선생님들이 무언가를 해내는 모습이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대중은 왜 '나영석표'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을 할까요?

이런 말 들으면 사실 조금 부끄러워요.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꽃보다 할배>를 할 수 있었고 이서진씨가 있었기에 <삼시세끼>도 가능했죠. 사람들은 저보고 계속 성공해서 좋겠다고 하는데 저와 스태프는 단지 우리의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제가 이런 칭찬을 받을 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요.

많은 작가와 PD들이 나영석 PD를 롤 모델로 꼽고 있어요.

하하. 누가 그러던가요?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누가 저한테 와서 '제 롤 모델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 같은데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부담스럽죠.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목표가 되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사람들이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즐거워하면 그것으로 전 행복해요.

부담만큼 욕심도 날 것 같아요.

문득문득 욕심을 크게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욕심을 부려 파격적인 시도를 하다 보면 시청률은 올라갈지 몰라도 선생님들이 힘들어하고 여행의 본질이 퇴색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이 프로그램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구성을 크게 바꾸지 않았어요.

스트레스를 푸는 법도 남다를 것 같아요.

특별한 해소법은 없어요.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냥 친한 친구들과 술 마시는 정도가 되겠네요. 아, 최근에는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것도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인가요?

그리스에서 돌아와 제주도에 다녀온 건가요?

네. 가족들과 3박 4일간 제주도에 있었어요. 그리스의 여독을 제주도에서 푼 셈이죠.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이제 또 바빠져 당분간은 가족 여행을 하지 못할 텐데… 아쉬워요.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은 스타가 있나요?

저는 전략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생각하고 결정하죠. 연예인 한 명을 정해놓고 '저 사람과 작업해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연예인, 만났을 때 느낌이 좋은 연예인을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에요.

어떤 느낌의 연예인을 좋아하나요?

'가치관이 확립된 사람인가'예요. 자신의 인생을 보는 관점이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뚜렷한 사람요. 그래야 방송에서도 개성이 묻어나거든요. 성격이나 가치관이 두루뭉술한 사람은 아무래도 카메라를 의식하게 돼요. 자신의 이미지를 먼저 걱정하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가 없죠.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씨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인가요?

이서진씨뿐만 아니라 차승원씨, 유해진씨 같은 경우가 그래요. 그들과 이야기해보면 생각이 깊고 가치관이 뚜렷해요. 이서진씨의 이미지에 대해 열 명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답변을 해요. 그만큼 개성이 확고하다는 의미죠. 가치관이 뚜렷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나영석 PD는 성공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않았다. 그가 걸어갈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취재_이예지 기자 | 사진_서울문화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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