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평창 개·폐회식 총감독 급히 찾습니다"

권종오 기자 2015. 5.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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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개-폐회식을 연출할 총감독 선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조양호 위원장과 곽영진 부위원장 등 조직위 수뇌부는 올해 초부터 "총감독을 선정해 개막 1,000일을 앞둔 5월 16일에 공개할 것"이라고 공언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지난 15일 언론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의 경우 4월 초 1차 인터뷰, 5월에는 개회식 연출안 프레젠테이션 평가 등을 진행했으나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해 더 적합한 인물을 찾기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조직위는 문화·예술계 전문가로 '총감독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1차로 36명의 후보를 추천받았고 2차로 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14명의 후보를 압축했습니다. 또 추천 후보와 별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행해 다양한 인재가 폭넓게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양호 위원장은 "원활한 행사 준비를 위해 개막 1천 일을 앞둔 시점에서 총감독을 선정하기 위해 일을 추진했으나 이번에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선정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아쉽다"며 "적합한 분을 모시는 방안을 마련해 이른 시일 내에 총감독 선임을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평창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 하든 5월 16일에 발표하려고 했지만 조직위가 선정한 기준에 부합한 후보를 끝내 찾지 못했다. 세계적인 유명 연출가로 구성된 해외 자문그룹도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개-폐회식이 워낙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어느 기준을 넘지 못한 사람을 총감독에 선임할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해외 자문그룹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폐회식과 시상식 총감독을 맡았던 데이비드 애킨스(60·호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을 담당한 콘스탄틴 언스트(54·러시아),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았던 돈 미셔(75·미국) 등 쟁쟁한 인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4월1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감독의 갖춰야 할 가장 핵심 조건으로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능력을 꼽았습니다. 즉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폐회식을 통해 전 세계에 무엇을 말할 것인지,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문화와 전통, 강원도의 특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감각까지 갖춰야 합니다. 또 이를 시각적(영상, 무용)으로, 청각적(음악, 음향)으로 구현할 능력까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한 사람이 이런 자질을 모두 구비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평창 조직위 곽영진 부위원장은 "총감독으로서의 기본 능력과 자질은 물론 경험까지 갖춰야 한다고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적격자를 찾겠다. 항간에서는 축구대표팀처럼 외국인 총감독 영입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자존심과 국민 정서, 그리고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까지는 이제 약 2년 8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려면 결국 하드웨어(교통-숙박 시설, 경기장 건설 등)와 소프트웨어(문화, 관광 등)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평창은 하드웨어도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도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2014년 소치올림픽 폐회식에서 평창을 소개하는 약 8분간의 문화공연을 펼쳤는데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16일 열린 G(Game)-1,000일 행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목인 슬로건 발표를 할 때 전광판에 영어로만 'Passion. Connected'라 표기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이 행사는 국내 지상파 TV로 전국에 생방송됐는데 'Passion. Connected'만 보고 이것이 우리말로 '하나된 열정'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개-폐회식 연출은 평창 동계올림픽 소프트웨어의 꽃이라 할 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2~3개월 안에는 총감독을 선정한 뒤 구체적인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평창올림픽의 다음 대회인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오는 7월 31일 IOC 총회에서 결정되는데 후보도시인 중국의 베이징은 유치 여부가 미정인데도 이미 개회식 시나리오 구성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평창 조직위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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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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