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 전도연 & 김남길,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무뢰한 커플

2015. 5. 2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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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무뢰한(無賴漢)’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의지할 곳이나 일정한 소속이 없는 사람. 더 나아가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ㆍ제작 ㈜사나이픽처스)의 인물들은 영락없는 무뢰한들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곤(김남길 분), 빚에 허덕이며 허름한 단란주점을 전전하는 혜경(전도연 분),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준길(박성웅 분)과 재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비열한 경찰 기범(곽도원 분)까지 모두가 인간성을 잃은 무뢰한처럼 보인다.

배우 전도연과 김남길이 영화 ‘무뢰한’에서 만났다. 전도연은 “김남길이 연기한 덕분에 ‘재곤’이 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전도연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내공있는 배우와 연기하면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눈을 빛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무뢰한’을 한층 밀도 높은 작품으로 끌어올렸다.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그의 애인인 혜경에게 접근한다. 재곤을 경계하던 혜경은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그의 모습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혜경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재곤 역시 강인한 듯 순수한 그녀의 이면에 흔들린다. 누군가는 이들을 무뢰한이라고 하겠지만, 실은 연약하고 외로운 인간들일 뿐이다. 버림 받은 짐승들이 온기를 갈구하 듯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애처롭다. 오승욱 감독은 이들의 삶과 사랑을 그리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선악 어떤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모두가 무뢰한’이라고 말한다.

배우 전도연과 김남길이 영화 ‘무뢰한’에서 만났다. 전도연은 “김남길이 연기한 덕분에 ‘재곤’이 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전도연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내공있는 배우와 연기하면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눈을 빛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무뢰한’을 한층 밀도 높은 작품으로 끌어올렸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같이 살자는 말, 진심이야?” 그 여자, 전도연=“혜경이요?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 아닌, 선택 당한 삶을 살아온 여자 같아요. 처음으로 이 여자가 선택하고 싶어진 남자가 재곤이 아닐까 생각했죠.”

혜경은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도 사랑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시나리오에 인쇄된 캐릭터는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다.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42)에게 혜경을 오롯이 맡겼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본능적으로 인물에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 넣었다. 스크린 속 혜경을 마주한 순간, 누구라도 전도연이 아닌 다른 얼굴은 상상할 수 없다. 과연 ‘갓도연’(연기 신+전도연), ‘칸의 여왕’이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무뢰한’은 남성이 중심이 되는 누아르를 멜로가 흔들어놓는 점이 매력 있었어요. 그 속에서 혜경을 대상화된 인물이 아닌, 남성들 속에서 어떻게 부딪히고 살아남은 인물인 지를 보여주고 싶었죠. 혜경과 재곤이 감정을 느끼는 건, 서로 닮아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혜경이 자신과 비슷한 재곤의 흉터를 보고, 상처난 짐승들이 서로를 보듬고 핥아주듯 그런 원초적인 감정을 느낀 게 아닐까요?”

전도연에게 ‘혜경’이란 인물은 또 다른 자신이자 연민이 가는 이웃이었다.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내지 않는 것,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면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혜경이 충분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데도,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 답답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떠올린 감상이 아닌, 현장에서 연기하는 순간순간 느낀 감정이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편은 아니에요. 뼈대만 있는 상태에서 연기하며 살이 붙여가는 거죠. 혜경을 여자로서 매력있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 지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작업이 쉽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혜경을 맡겨주셨는데,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예민해지기도 했죠. ‘재곤’도 김남길이 연기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났어요. 시나리오에선 상남자, 마초같기만 했다면, 김남길의 재곤은 날짐승 같으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죠. 시나리오의 글이 주는 감동과 연기로 표현하며 느끼는 감동은 분명 달라요.”

그렇게 전도연은 자신의 연기 만으로 ‘무뢰한’ 혜경을 주위에서 숨 쉬는 이웃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무뢰한’이 악인들 만은 아니라며, “사소한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무뢰한이 될 수 있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의도치 않게 무뢰한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제 주위에서 ‘무뢰한’ 같은 사람은 제 남편이겠죠?”라고 농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 전도연과 김남길이 영화 ‘무뢰한’에서 만났다. 전도연은 “김남길이 연기한 덕분에 ‘재곤’이 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전도연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내공있는 배우와 연기하면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눈을 빛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무뢰한’을 한층 밀도 높은 작품으로 끌어올렸다.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난 형사고 내 일을 한 겁니다” 그 남자, 김남길= 김남길(34)은 ‘무뢰한’이 되기 위해 스스로 움직였다. 그는 앞서 재곤 역에 낙점됐던 이정재가 어깨 수술 때문에 하차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무뢰한’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느꼈던 그는, 시나리오를 구해 읽은 뒤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재곤’ 캐릭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온 김남길의 모습에 오승욱 감독도 반했다.

“스물아홉 때 ‘폭풍전야’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당시엔 표현의 한계를 느꼈어요. 좀 더 나이를 먹고 이런 영화를 찍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무뢰한’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죠. 게다가 이정재 선배님이 선택했던 영화이니 얼마나 좋은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시나리오를 중반까지 읽었는데, 빨리 이 역할을 가져오는 게 급선무다 싶었죠. 내 마음에 든 시나리오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좋은 법이거든요.”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극 중 재곤은 끝내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혜경의 “같이 살자고 했던 말 진심이냐”는 질문에 재곤은 “그걸 믿느냐”고 매몰차게 대꾸한다. 김남길도 재곤을 이기적인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그 속내에 일정 부분 공감도 갔다. 돌이켜보니 그에게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중압감으로 다가오면서 도망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공감대가 만들어진 덕분일까. ‘무뢰한’에서 김남길의 연기는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상대 배우가 전도연이다보니 부담감 탓에 과장된 연기가 나오진 않았을까 했지만 우려한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작정하고 힘을 뺀 듯 보였다. 덕분에 미묘한 눈빛 변화, 얼굴 근육의 떨림 등이 한층 도드라졌다.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뭔가를 표현하려 하지 말고 연기하자’는 거였어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나 어두워요’ 하고 밑바닥을 끄집어내려는 게 많았다면, 이번엔 너무 표현이 없는 게 아닌가 할 만큼 얼굴 근육을 덜 썼어요. 그러고나서 모니터를 보니 너무 심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제 모습이 낯설기도 했어요.”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얼마 전 ‘무뢰한’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김남길은 생애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주위에서 축하한다고 그러는데 실감이 안났다. 그저 부산국제영화제를 외국에서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소박한 감상을 털어놨다. 이어 조금도 들뜬 기색 없이 연기자로서의 포부를 담담하게 전했다.

“제가 칸 영화제에 가려고 영화를 찍는 건 아니니까, 거길 다녀왔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죠. 아직도 해야 할 것,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 뿐이예요. 이번에 도연 누나와 함께 연기하면서 ‘이래서 전도연, 전도연 하는구나’ 싶었죠.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데뷔 12년 차인데 다시 출발선에 선 기분이예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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