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투자'로 갈린 ACL 희비.. 전북만 생존한 이유

권영준 2015. 5. 2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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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투자'가 답이다. 투자에 따른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 ACL 16강전 결과였다.

K리그 클래식의 4룡(龍) 전북 현대, 수원 삼성, 성남FC, FC서울은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모두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자 'K리그 클래식의 위용을 자랑했다' '역시 아시아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자화자찬했다. 반대로 일본 J리그에서는 출전 팀 4개 구단 중 절반이 탈락하며 '위기론'을 전했다. 이렇게 자평하는 사이에 16강전이 치러졌고, 그 결과 전북을 제외한 3개 구단이 모조리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렇게 깎아내리던 일본 J리그 2개 구단 감바 오사카와 가시와 레이솔은 모두 8강에 진출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와 함께 최다 8강 진출 리그로 우뚝 섰다.

ACL 16강전 결과를 두고 유심히 살펴보면 진출 팀과 탈락 팀의 차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투자다. 전북 현대는 올 시즌 목표를 아시아 정상에 두고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에두와 에닝요를 영입해 공격력을 보강했다. 이동국이라는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존재하지만, 두 개의 리그를 병행하기 위해 두 선수를 불러모았다. 여기에 김남일(교토) 권경원(알아흘리) 등 중원 자원이 전력에서 이탈하자 이호와 문상윤을 영입했다. 또한 수비에서도 김형일과 조성환을 품으며 포지션별로 고루 보강, 팀의 취약점을 틀어막았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전북은 새로 영입한 에두의 맹활약 덕분에 ACL 8강에 진출했고, K리그 클래식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까지 일으키고 있다.

성남FC 역시 비록 탈락했지만 그들의 도전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찬찬히 살펴보면 성남FC 역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민구단의 취약점은 바로 자금이다. 속된 말로 돈을 안 쓰려면 충분히 안 쓸 수 있는 것이 시민구단이다. 그러나 성남은 외국인 선수 3명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고, 특히 '까지 두목' 김두현을 영입해 팀의 약점인 경험을 보완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현 시점까지만 두고 봐도 김두현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비록 ACL 16강에서 도전은 끝났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슈퍼클럽으로 떠오른 광저우 헝다를 혼쭐내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수원 삼성의 경우 나름의 선전을 펼쳤지만, 결과론적으로 소극적인 투자가 스스로 한계선을 설정한 꼴이 됐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내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자립형 축구'를 모토로 팀을 재건했다. 이에 투자 없이도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올 시즌에도 2위에 올라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런데 ACL를 통해 부상자, 백업 자원의 부재를 드러내며 결국 고배를 마셨다. 우선 중원에서 김은선이 부상으로 빠지자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비라인이 완전히 무너졌다. 리그에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ACL은 차원이 다르다. 결국 홈에서 3실점을 했고, 탈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 정대세와 염기훈을 대신했던 외국인선수 카이오와 레오는 ACL 무대에서 통하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었다. 팀에 적응하는 과정 중이라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중원 자원만 있었어도…'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내부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투자에 궁색했던 FC서울도 망신을 당했다. 일본 J리그의 감바 오사카를 상대로 2경기에서 무려 6실점을 허용했다. 수비도 문제였지만, 공격에서도 해결사가 없어 전전긍긍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역시 골 결정력이 좋은 공격수 부재를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이상한 점은 데얀이 팀을 떠난 이후 계속해서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좋은 선수가 없다'는 프로 스포츠구단답지 못한 이유를 들먹이며 공격수 영입에 실패하고 있다. 박주영의 영입도 ACL 선수 등록기간이 끝난 가운데 이뤄졌다. 이는 ACL에 대비한 투자가 아니다. ACL에 대한 투자는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FC서울의 대패는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책임감 없는 팀 운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ACL은 어느 구단이나 밟을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험난한 경쟁을 거쳐 자격을 얻어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그 자격이 구단만의 권리는 아니다. K리그 클래식이라는 리그 타이틀이 걸려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무대다.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적인 투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팀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명대사를 K리그 구단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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