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리스트 '친박 3인방' 자금추적도 안했다

2015. 5. 2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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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산장학재단 수색뒤 2주간 조용

홍문종·서병수·유정복

대선자금 관리했는데 계좌 안살펴봐

'박근혜캠프 김씨에 2억'

진술 받고도 김씨 소환 안해

경남기업 관계자는 '엄한 수사'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 소환 조사(14일)와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15일) 이후 2주 가까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던 초기와 달리 일종의 조정기에 들어선 모양새인데,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축소지향적 수사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친박 3인은 자금추적도 안 해

27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사팀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 전 총리를 제외한 '리스트 인물' 6명에 대해서는 계좌를 비롯한 자금추적을 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김기춘·허태열·이병기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건넸다는 금품 규모와 정황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친박' 3인이 주된 수사 대상인 셈인데, 뇌물·정치자금 수사의 기초랄 수 있는 계좌추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홍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으로 당 조직 전반을 관리했고, 서 시장과 유 시장은 각각 당무조정본부장과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조직과 자금을 총괄 관리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대선 때 홍(문종)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특별수사는 계좌추적부터 시작되게 마련인데 여전히 경남기업 쪽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 한달 전 진술 받아놓고도 소환 미뤄

수사팀은 대선자금과 관련한 진술과 단서를 확보하고도 미적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미 한달여 전 한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한테서 '대선 때 성 전 회장의 사무실에서 박근혜 캠프 관계자 김아무개씨한테 2억원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팀은 한 전 부사장이 지목한 김씨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장 불러서 물어보고 부인하면 별 방법이 없지 않냐. 부인하지 못할 증거를 확보하는 중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진술 내용이 알려지는 등 '손을 탄'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체될 수록 증거 인멸이나 말 맞추기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사팀은 또 최근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운 비자금의 존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한테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 등을 추려 성 전 회장의 동선과 비교하는 등 '사전 작업'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성 전 회장 쪽엔 엄한 수사

리스트 속 인물들에게는 소극적인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쪽에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경남기업 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 전 부사장, 금아무개·여아무개씨 등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들도 수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구속하기 전부터 "수사 비협조를 넘어서는 방해 및 증거인멸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혀왔다.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3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수사팀은 홍 지사의 측근들이,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의혹과 관련해서는 "홍 지사가 연루된 부분을 찾지 못했다"며 홍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공여자 쪽 증거자료를 통해 자금 전달 당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게 뇌물 수사의 기초다.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를 섣부르게 소환하는 것보다 경남기업 쪽 수사에 공을 들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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