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人들이 먼저 "복지 기득권 내려놓자".. 선진국서도 유례없는 일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5. 5.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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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人會 "노인 나이 65세→70세로 단계적 조정해야"] - 2030년엔 老人 인구 2배로 기초연금, 53조6000억 필요.. 健保·요양보험 등도 직격탄 - 65~70세 위한 대책 시급 "복지 死角지대 없도록 해야.. 노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지하철 차등 요금도 고려"

대한노인회(회장 이심)가 복지 혜택을 주는 노인 나이 기준(65세)을 올리는 문제를 공론화하자고 나선 데 대해 국민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노인들이 국가 재정을 걱정해 노인 나이를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늦추겠다고 한 반면, 공무원연금은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정년은 60세로, 연금을 60세부터 받거나 국민연금처럼 61세에 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하지만 현재 50대 나이에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이 5명 중 한 명꼴이나 된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50대에 연금 받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노인들이 기득권을 양보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노인 인구 비율이 아직 13%에 불과해 노인 문제와 노인 복지 비용 증가에 둔감하다. 노인 비율로 볼 때 한국은 세계 220개국 중 51위 수준이다. 하지만 유엔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2012년 개정판)' 보고서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 한국의 노인 비율은 세계 20위(23.4%), 2040년엔 7위(30.5%)로 껑충 뛴다. 2050년에는 일본, 홍콩에 이어 세계 3위(34.9%) 노인 대국으로 변모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 대국에 접어드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돈 낼 사람은 줄어들고 혜택 받을 노인만 급속도로 늘어나면 노인 복지 비용을 대기 위해 납세자 허리는 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2015년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예산은 10조원이지만, 2020년에는 13조7000억원, 2030년에는 53조6000억원으로 필요한 재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현재 662만명인 65세 이상 인구가 2020년에는 808만명, 2030년에는 1269만명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도 직격탄을 맞는다. 사공진 한양대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젊은 층의 3배 이상 진료비를 쓰는데, 고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건보 재정이 휘청댈 것"이라며 "65세 이상에게 혜택을 주는 장기노인요양보험도 사정은 같을 것"이라고 했다.

노인 복지 예산도 마찬가지다. 정부 재정은 지난 10년간(2006~2015년) 연평균 6.1% 증가했는데 노인복지예산(정부 노인예산+기초연금+장기요양보험)은 연평균 62%씩 늘어났다. 노인 예산은 아직 적은 편이라고 말하지만, 세계 어떤 나라보다 증가 속도가 빨라 앞으로 재정 부담에 허덕일 것은 자명하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선거 때마다 이들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선심 복지 공약이 쏟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2017년 대선에선 65세 이상 인구 표가 전체 유권자의 17% 수준인데, 2027년에는 26%로 높아지고, 2032년 대선 때는 유권자 3명 중 한 명꼴(30.8%)로 65세 이상이다. 따라서 '노인 공약'이 선거판의 대세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인복지제도를 미리 손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노인 연령을 높이는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기준 연령을 올리면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가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노인 연령 상향을 모든 복지제도에 적용하지 말고 일부 제도에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점차 70세로 올리되, 소득에 따라 차등 요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노인 때문에 적자가 생긴다고 탓하지 말고, 지하철 공사가 직원들의 무임승차 등 자체 개선 노력을 해야 노인들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연령을 올릴 경우, 이미 복지 수혜자인 65세 이상은 혜택을 그대로 주고, 앞으로 노인이 될 사람들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65~70세다. 바로 5년 뒤부터 고령 인구 대열에 들어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를 위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60~70세 사이의 공백기를 메워줄 일자리부터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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