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移通 요금전쟁.. 3社 "더 센 상품 낼 것"

성호철 기자 2015. 5.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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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유무선 무제한 내놓자 LGU+ 새 요금제 발표하기로.. KT도 혜택 더 강화할 방침 이통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 20일만에 100만명 넘게 갈아타 더 싼 요금제로 대거 이동.. 업계선 "이통사 毒杯 들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주 중 새 요금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무선통화(휴대폰 간 통화)를 무제한으로 주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휴대전화 요금제를 발표하고 보름도 되지 않아 새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20일 유·무선 통화를 모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은 것에 대한 대응이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경쟁사 상품이 예상보다 파괴력이 있다고 판단해 곧바로 요금제를 수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에 요금 경쟁이 불붙었다. 지난 8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놓았던 KT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요금제를 분석해 우리도 고객 혜택을 더 강화한 상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 CEO의 물러설 수 없는 경쟁

이동통신 업계에서 요금 경쟁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금까진 대부분 SK텔레콤이 먼저 휴대전화 요금을 정하면 2·3위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싸게 요금을 책정하는 '암묵적 담합(談合)'이 이뤄졌다. 제 살 깎기 식의 요금 경쟁을 하지 않는 게 통신사들엔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를 깬 것이 황창규 KT 회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SK텔레콤과 데이터 요금제를 논의 중이었는데, 4월 중순 갑자기 KT가 '우리가 데이터 요금제를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작년 취임 후 인력 감축, 자회사 매각 등 내부 경영을 안정시킨 황 회장이 요금제 개편으로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선수(先手)를 빼앗긴 SK텔레콤은 비상이 걸렸다. 올 1월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장동현 사장은 2년 전 마케팅부문장으로 있을 때 SK텔레콤 고객들끼리는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요금제('T끼리 요금제')를 내놓아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최근 회의에서 "올해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는데 우리가 선도(先導) 사업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임원들에게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장 사장이 세세한 요금제 현안까지 직접 보고받으며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LTE(4세대이동통신) 전국망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하며 바람을 일으킨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절대로 요금제에서 밀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3년간 LTE 서비스 가입자를 가장 많이 늘렸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경쟁사들보다는 요금을 1000원이라도 싸게 내놓는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100만명 넘긴 데이터 요금제

이통 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갈아탄 사람은 20일 만에 총 100만명을 넘었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신규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규 요금제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은 SK텔레콤의 경우 60%가 넘는 고객이 기존에 쓰던 요금제보다 더 싼 요금제로 옮겨갔다. SK텔레콤의 경쟁력은 월 5만원 이상 내는 고가(高價)의 우량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예전 '전국민무한69요금제'(2년 약정 시 월 5만1500원) 이상의 요금제 고객이다. 분석해보니 이들이 이번에 내놓은 '밴드 데이터36'(월 3만6000원) 요금제로 대거 갈아탔다. 1인당 월 1만5500원씩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현재 500만명 정도인 우량 고객 중 100만명만 저가 요금제로 이동해도 연간 1800억원 정도의 수입이 준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 "이통사가 독배(毒杯)를 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데이터 요금제 출시 이후 통신사들의 주가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요금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가 새 요금제를 내놓으면 KT나 SK텔레콤이 더 파격적인 조건으로 따라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경쟁사의 요금제를 보면서 추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정부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을 인가제로 묶어 규제해 왔으나 조만간 이 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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