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건 결정 노사 대등' 원칙 노동부 행정 지침으로 허무나

김지환 기자 2015. 5. 2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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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금피크제 독자추진노동계 "일방 변경" 반발

고용노동부가 임금피크제를 담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을 독자적으로 마련하면서 노·정 대치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노사정 대화 결렬 후 예고했던 대로 정부가 지침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내세워 사용자가 노동자 동의 절차를 비켜갈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임금 삭감 등 노동조건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지고, 과반수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거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건을 노사가 대등하게 결정하는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앞장서 허물어버리려 하는 셈이다.

노동부는 27일 사용자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6가지로 나눠 예시했다. 대법원이 2005년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6가지 기준을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상황에 맞춰 구체화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몇 살부터, 얼마나 깎느냐’다. 노동부는 “임금 감액 시기 및 정도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지만 정년연장으로 노동자가 사실상 고용기간 연장이라는 이익을 얻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다만 ‘정년 60세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낮은 임금, 근로조건 변경 등의 경우는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용자가 노조와 충분한 협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기준에 포함돼 있다. 노동부는 “사용자가 상당한 수준의 협의 노력을 했지만, (노조 또는 과반수 노동자가) 대안 제시도 없이 논의를 거부하는 등 동의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조가 없는 90% 사업장에선 사용자가 노동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일방통행식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며 “단체협약이 맺어진 유노조 사업장이라 해도 단협에 직급별 호봉표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단협이 방어수단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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