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교회의 '변칙세습'.. 세습방지법 비웃듯 법망 피해 더 활발해져

임아영 기자 2015. 5. 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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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세습’ ‘쿠션 세습’ ‘지교회 세습’ ‘교차 세습’….

교회 세습 방지운동과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된 2003년 이후 주요 교단에서 세습방지법을 제정했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변칙세습’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최근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는 주제로 열린 ‘2015 변칙세습포럼’에 소개된 ‘변칙세습 현황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세반연은 “2013년 6월29일부터 지난 1월19일까지 각종 세습 사례를 제보받고 확인한 결과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다”고 밝혔다. 이 중 85개 교회는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직계세습’을, 37개 교회는 법망을 피하는 ‘변칙세습’을 완료했다.

김동춘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포럼에서 ‘직계세습’ 외 변칙세습의 9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변칙세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지교회 세습’이다. 지교회를 설립한 후 아들을 그 교회 담임목사로 가도록 하는 형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는 아들 길요한 목사에게 지교회인 과천왕성교회를 설립하게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교회를 합병하면서 실질적으로 아들을 왕성교회 담임목사로 끌어왔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새노래명성교회라는 지교회를 설립해 개척하게 했다.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세습’, 교차세습이 두 교회를 넘어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도 있다. 김 교수는 또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손자가 목회지를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 세습’, 아들이 개척한 교회를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통합 세습’, 동서간에 교회를 넘겨줘 대물림하는 ‘동서간세습’,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 등도 소개됐다.

김 교수는 “담임목사직과 교회의 자본을 대물림하는 세습은 악습”이라며 “교회가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일개 가족과 특정 개인을 위한 사기업이라는 것을 공인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세반연은 “최근 세습을 진행한 교회가 많이 확인됐으며,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변칙세습의 비율도 매우 높아졌다”며 “이는 기존의 목회세습방지법을 개정하고 다양한 세습방식을 포괄적으로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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