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면세점 전쟁] '총성없는 전쟁' 유통공룡 면세점 올인

김기환 2015. 5. 2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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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통 큰 쇼핑에 매출 '高高'.. "보물단지 잡자" 사활 건 혈전

'총성 없는 전쟁.' 다음 달 1일 마감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롯데, 신세계, 한화, SK, 이랜드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뛰어들었다. 연간 매출 2조원에 달하는 면세점의 폭발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 말리는 사투 끝에 거머쥘 티켓은 고작 2장. 최종 결정이 다가올수록 과열경쟁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세수 확보'를 포기하면서 국내제품 홍보와 쇼핑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면세사업이 대기업들의 '나눠먹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과 면세점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를 둘러싼 기업들의 움직임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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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인 지난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에 위치한 롯데제주 면세점은 출입구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모두 '유커'로 불리는 중국관광객들이다. 면세점 내부에 들어서자, 설화수, 라네즈 등 인기 브랜드 매장마다 고객들이 양손에 보따리를 든 채 20∼30명씩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징에서 온 자오쉰(34·여)씨는 "한국산 마스크를 사러 왔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20개나 샀다"며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밥솥도 3개나 구입했다"고 말했다. 청도에서 온 왕멍(45·여)씨는 상품명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들고 매장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빨간색 펜으로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며 상품 구입을 하느라 말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이성철 롯데 제주면세점 점장은 "하루 방문객이 평균 3500∼4000명에 이른다. (제주)시내로 이전을 하면 고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작년에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체 매출액의 50%가량이 한국산 화장품이다"고 말했다. 2000년 3월 문을 연 롯데제주 면세점은 지난 10여년간 적자를 보이다 최근 중국관광객 급증과 각종 마케팅의 성공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다.

제주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는 한화 갤러리아도 신바람이 났다. 한화 갤러리아는 사업 첫해인 지난해 제주국제공항 면세점(갤러리아 듀티프리)에서 흑자를 냈다. 갤러리아는 지난해 2월 처음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특허권을 따냈고, 4월 임시 개장을 거쳐 7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진금탁 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장은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운영 첫해 8개월 동안 흑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9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고객 중심의 혜택, 홍보 등을 통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유통공룡들이 전면전에 나섰다. 오랜 전통을 지닌 백화점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바꾸거나, 경쟁사와 '적과의 동침'도 마다않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소공점·코엑스점·잠실점을 둔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곳에서 2조63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 시내 면세 판매액의 60.5%를 차지한다.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은 1조1521억원의 매출을 올려 26.5%, 동화면세점은 2919억원의 매출을 올려 6.7%를 점유했다. 신라면세점(7000여㎡) 연간 매출 1조는 규모가 10배가 넘는 신세계 강남점(8만5000㎡) 매출과 엇비슷하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유다. 증권업계는 이번에 선정되는 서울시내 면세점의 매출액 9500억원, 영업이익률은 10∼15% 수준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점 성장의 일등공신은 '유커'다.

한국을 찾은 유커는 2010년 187만명에서 지난해 612만명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장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매출 비중으로 볼 때 중국 관광객은 ▲2011년 15% ▲2012년 30% ▲2013년 45% ▲2014년 70%로 급증했다. 중국관광객이 면세점 매출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지난해 중국관광객이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면세점뿐만 아니라 전체 유통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커졌다"며 "이들이 쇼핑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중장기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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