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강이 빚은 동굴 8km.. 공주님도 쉬어갔다지

김진욱 2015. 5. 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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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보석, 푸에르토 프린세사

7,000여개의 섬이 점점이 찍혀있는 필리핀. 보라카이나 세부 같이 널리 알려진 관광지와 달리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있다. 마닐라 남서쪽 600㎞, 비행기로 한 시간여. 팔라완 섬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가 바로 그 곳이다. 스페인어로'공주의 휴식처'라는 이름처럼 번잡하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세인트 폴 산의 옆자락, 수만년의 시간이 담긴 지하강(Underground River)입구. 잔잔한 에메랄드 빛 바다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하다.

지하강, 시간이 준 선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하강(Underground River)으로 가기 위해선 사방(Sabang)해안 선착장에서 뱃길로 20분을 달려야 한다. 필리핀 전통 선박인 방카(Banca)는 전통과 다르게 엔진 소리가 요란하다. 얼마나 달렸을까. 푸른 바다 아래 고운 모래톱이 발에 닿는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지하강에는 미리 예약한 하루 1,200명만이 들어갈 수 있다. 이것도 900명에서 늘어난 것이다.

시간은 자연을 변화시킨다. '산천은 유구'하다는 옛 시인의 표현은 시간의 힘을 과소평가한 거다. 수 만년의 시간은 석회암 덩어리의 세인트 폴(St. Paul)산 옆구리에 거대한 동굴을 선물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 색깔은 아래 깔린 석회암 모래 덕이리라. 나룻배에 몸을 싣고 8.2㎞에 달하는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이 중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은 1.5㎞뿐이다. 스페인 식민지배로 가톨릭 신자가 많은 필리핀 사람들은 종유석과 석순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았다. 마리아와 예수 같은 이름들을 붙인 자연의 역작 앞에서는 숭고함까지 느낄 수 있다. 30여분 동안의 동굴 탐험을 마치고 다시 밝은 세계로 나오는 길은 아쉽기까지 하다. 지하강 주변엔 도마뱀과 원숭이 등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생태도 잘 보존돼 있다.

패들보트를 타고 지하강 내부를 볼수 있다. 종유석과 석순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하나투어 제공

반딧불,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이와힉(Iwahig)강. 낮에 보면 맹그로브 나무가 물속에 뿌리를 뻗고 있는 팔라완의 흔한 강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이 곳은 초록색 불빛이 깜박이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3인용 패들 보트를 타고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겼다. 인공의 불빛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이 소근거릴 뿐이다. 별빛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사공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돌리자 한여름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딧불이 푸른 빛이 숲을 뒤덮고 있다. 황홀한 순간이 눈 앞으로 펼쳐진다. 강물에 손을 뻗자 플랑크톤마저 물줄기 사이에서 반짝인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반짝거림뿐이다. 감탄사도 조심스럽다. 물소리에 섞인 숨소리만 생생하다.

낮에는 산카를로스 강에서 리버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거대한 맹그로브의 군락을 볼 수 있다. 새 모양 지붕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보트를 타고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배 안에는 온갖 열대 과일이 준비되어 있다. 직접 카누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며 물속에 반쯤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를 좀 더 가까이서 살필 수 있다.

혼다베이 호핑투어의 기착지 카우리 섬. 고운 모래와 조개껍질로 조형물으 ㄹ꾸며 관광객을 환영한다. 하나투어 제공

에메랄드빛 바다에 찍힌 점, 혼다베이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늘어서 있는 혼다베이. '깊은'이란 뜻인 스페인어 온도(hondo)에서 그 이름이 나왔다. 방카를 타고 미지의 섬으로 떠난다. 뱃길로 20여분쯤 달려 도착한 팜바토 리프.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바다 안으로 몸을 던졌다. 10여m만 헤엄쳐도 물 속에선 장관이 펼쳐진다. 산호초 군락이다. 물고기들은 이제 사람이 익숙한 듯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 다가온다. 판단 섬에서는 바닥이 그대로 보일 것만 같은 맑고 투명한 바다를 볼 수 있다. 해변에 깔린 고운 모래는 한낮의 열기를 그대로 발에 전해준다. 덥혀진 몸을 식히기 위해 파도에 몸을 담근다. 물이 깊지 않아 한참을 걸어도 허리춤에서 찰랑일 뿐이다. 물고기들은 관광객이 주는 빵을 받아 먹기 위해 사람 주변으로 모인다. 손끝을 간지럽히는 물고기의 입 놀림이 왠지 반갑다. 카우리 섬에는 신선한 시푸드와 과일 같은 먹거리가 넘쳐난다. 일광욕을 즐기거나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평온하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잔잔한 바다에 몸을 뉘면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어느 곳에 눈을 돌리더라도 한 폭의 그림이다.

사방 해안과 지하강을 연결하는 핀리핀 선박 방카(Banca). 배 양쪽에 길게 날개를 뻗어 균형을 잡는다.

팔라완(필리핀)=글ㆍ사진 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여행 메모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 국제공항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지하강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야 한다. 필리핀 국내선 항공은 연착이 잦은 편이다. 연결 교통수단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 아직까지 팔라완 패키지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많지 않다. 하나투어가 팔라완의 지하강투어 및 혼다베이 호핑투어 일정 등이 포함된 '마닐라/팔라완 5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팔라완을 대표하는 셰리단 리조트 숙박 및 리조트식 그리고 무동력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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