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제작진, 비아냥 받아도 할 말 없는 이유

김교석 2015. 5. 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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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맹기용 논란, 제작진 조급증이 만든 참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안타깝다. 이 말부터 먼저 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즐겨보는 예능이나 가장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냐는 질문을 간혹 받으면 늘 <냉장고를 부탁해>를 1순위 혹은 유일하게 꼽았다. 그 이유는 최근 방영중인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재밌고 세련됐다는 데 있다. 그 세련미는 잘 만들어진 요리와 같았다. 어떤 가정집에나 있을 법한 흔하고 뻔한 재료로 전혀 맛보지 못한 맛과 기쁨을 선사했다.

풀어 설명하자면 유행하는 쿡방, 차별화할 콘셉트가 안 되는 요리 경연, 네임벨류면에서 마케팅 가치가 크지 않은 정형돈 김성주의 MC조합, 이미 방송에서 얼굴을 많이 알린 스타 쉐프들이란 재료를 갖고 일상의 정서와 스포츠 중계의 기법을 톱니처럼 정교하게 물리게 했다. 최근 유행하는 재료 본연의 맛들이 하나하나 다 살아나면서 플레이팅과 향과 맛 즉, 재미와 웃음 그리고 정보 그 어떤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풍성한 쇼였다.

그런데 이번 '맹모닝' 사태로 사랑하던 쇼가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한 명의 미스캐스팅이나 요리 하나 잘못 나와서 주방에 '컴플레인' 걸린 수준이 아니다. 불매 운동으로 번질 기세다. 더 나아가 쉐프라는 단어에 대한 의문을 필두로 잘 나가던 요리쇼에 대한 반감까지 나오고 있다. 뭐 물론, 며칠 있으면 늘 그렇듯 다른 이슈가 나오겠지만 종편의 한 예능 방송과 관련된 논란이 예상보다 매우 커졌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요리의 수준이 떨어졌던 것도 문제겠지만 제작진의 조급증이 만든 인재 탓이 더 크다. 그 정황은 박준우나 최현석 등 다른 출연자들의 SNS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첫 회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프로그램이 아닌 자수성가형 프로그램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그런데 방송은 늘 최전성기가 열리자마자 정체기가 시작되는 법이다. 익숙해지고 성장의 동력이 감퇴된다. 그래서 선제적 변화가 중요하다. 방송 제작진이 늘 시달리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제작진이 악수를 두었다. 맹기용을 섭외해 타깃도 넓힐 겸 이미 닦아놓은 '셀럽'의 효과를 '모셔오려' 했다. 실력과 구력으로 이연복 쉐프가 대박이 났으니 대조적인 캐릭터이자 인지도 높은 인물을 데려오고자 했을 것이다.

'방송적'으로 보면 매우 합당한 논리다. 방송제작진에게 맹기용의 엄친아 스펙과 스타 인맥, 그리고 훤칠한 외모는 잘 통하는 셀럽의 조건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처음에는 김풍, 미카엘, 정창욱 등 새로운 요리사들을 발굴해 참신하게 시작했지만 조급해졌는지 너무 방송의 논리로, 그것도 너무 나태한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문제는 여기다. 이 쇼는 그냥 토크쇼가 아니라 스타쉐프들이 나와 자신의 재능을 놓고 '경연'을 벌이는 셀럽쇼라는 것에 대한 망각 혹은 착각이 지금의 상황을 불러 일으켰다.

요리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장르도 아니고 역사도 영미권에선 1990년대 전후로 전성기를 누렸던 나름의 역사를 가진 장르다. 그런 시간과 전 세계적인 유행의 결과 추려진 엑기스가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스포츠 중계의 방식을 따르는 경연과 스타 쉐프의 존재다. 쿡방은 요리를 가사노동의 영역에서 해방시킨 것으로 스타 스포츠 선수들에게 기대하듯 스타쉐프에게 진기명기를 기대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 예능에서 주로 쓰는 '쉐프'라는 단어에는 대중적 함의가 있다. 더 가까운 말은 주방장인 건데 어쨌든, 한 분야에서 천착한 장인, 마스터의 지위를 대중적으로 사사하는 거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즐겁고 하는 사람도 권위가 선다. 맹기용 쉐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중들이 보기에 개운치 않았다. 우선 구력이 4년차면 일반 회사로 치환하자면 대리 초봉이나 사원급이니 많은 사람들이 갸우뚱하게 되고, 그의 식당은 엄밀히 말하면 요릿집이 아닌 관계로 쉐프라 불리지만 대중에게 보여준 요리가 아직 없다.

이런 의문이 있는 요리보단 그의 백그라운드와 스타와의 인맥, 외모 같은 겉모습이 주로 부각되었고, 엄청나게 매스컴에 많이 노출이 되면서 셀럽이 되었다. 이보다 더한 마케팅은 없으니 호황은 따라오는 거다. 정확하게 이 지점에 대한 반발심이 폭발한 것이 지금 비난과 비아냥이 난무하는 현재다. 누렸으니 당해보라는 심보는 어떤 방식으로든 고약한 것이기에 맹기용 쉐프에겐 시련이 닥친 셈이다.

문제는 <냉장고를 부탁해>에게도 이 시련이 고스란히 닥쳤다는 거다. 셀럽쇼에서 셀럽의 재능에 대중과 시청자들이 의심을 가지면 끝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스타쉐프에 대한 대중적 함의와 기대가 있다. 그것들이 무너지는 것 같은 배신감 때문에 그 전까지 함께 즐겁게 봤던 경연이 불편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왜냐면 셀럽이야 말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직접적으로 작위를 내려준 지위이기 때문에 돌아서는 마음은 걷잡을 수가 없다.

앞으로 방송가에는 각 분야의 셀럽들이 훨씬 더 많이 유입될 거다. 반짝 인기를 누리는 보급형 셀러브리티를 뜻하는 셀러토이드와 진짜 셀럽을 구분하는 노력이 훨씬 더 가열 차야 하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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