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타율 .342' 강정호, 클린업 DNA 증명

[OSEN=김태우 기자] 강정호(28, 피츠버그)는 지난해 KBO 리그 최고의 5번 타자였다. 박병호와 함께 넥센 공포의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그런 강정호는 한 단계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5번 자리'에서 순항하고 있다. 클린업 체질을 증명 중이다.

강정호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5번 3루수로 출전해 2루타 한 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공·수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며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다. 26일 휴식 차원에서 한 경기 쉬어간 것을 제외하면 최근 10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며 팀 내 입지를 굳건히 쌓아가고 있다.

8경기 연속 안타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다. 바로 최근 선발 출장한 10경기에서 9경기에나 5번 타순에 배치된 것이다. 클린업 타자(4번 타자를 의미)의 바로 뒤에 위치하는 5번 타자는 주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5번이 뚫리지 않으면 팀 타선도 활로를 찾을 수 없다. 이는 피츠버그의 시즌 초반 부진한 타격에서 다시 한 번 증명이 된 명제다.

피츠버그는 초반 5번 자리에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팀 타선에 정체를 거듭했다. 5월 15일까지 피츠버그의 5번 타순 타율은 1할9푼에 불과했다. 리그는 MLB 30개 팀 중 2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스탈링 마르테는 당시까지만 해도 타율이 2할4푼1리였으며 페드로 알바레스는 1할3푼9리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다. 이런 고민 끝에 클린트 허들 감독이 꺼내 든 회심의 카드가 바로 강정호다.

강정호는 5월 16일 이후 피츠버그의 5번 타순을 지키고 있다. 성적은 아주 좋다. 5번으로 나선 9경기에서 타율은 무려 3할4푼2리(38타수 13안타)에 이른다. 홈런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정확한 타격으로 흐름을 하위타선에 이어주는 몫을 하고 있다. 이런 강정호의 활약 속에 피츠버그의 5번 타순은 10경기 만에 2할3푼2리(리그 25위)로 4푼2리나 껑충 뛰었다.

사실 마르테나 알바레스가 나쁜 타자들은 아니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다. 그럼에도 5번 타순에서 부진했던 것은 역시 심리적 압박감과 연관 지을 수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포지션이 익숙한 강정호는 큰 흔들림 없이 무난한 활약을 펼쳐나가고 있다. 강정호의 최근 뜨거운 타격 페이스에 플러스 점수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클린업 체질임을 과시한 강정호는 이제 피츠버그의 라인업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강정호의 선발 출전시 타율은 무려 3할3푼7리에 이르며 3할1푼6리의 시즌 타율은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피츠버그 선수 9명 중 가장 좋다. OPS(출루율+장타율) 0.836은 마르테(0.840)에 이어 2위다. 여기에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볼 수 있는 활용성 덕에 허들 감독의 라인업 구상도 편해졌다. 강정호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시즌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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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피츠버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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