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의혹 경기, 선수 교체 등 일부 의심 정황(종합)
경기 내용만으론 조작 판단 어려워…실제 금전적 이득 여부 등 밝혀져야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국내 프로농구가 다시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2∼3월 부산 케이티의 경기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부 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를 받는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케이티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해당 시기에 열린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주로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2월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케이티와 서울 SK의 경기가 승부조작 가능성이 있는 경기로 지목됐다.
전 감독이 스포츠 불법도박에 이 경기 지는 쪽으로 돈을 건 뒤 선수 운영 등을 통해 고의로 10점차 이상 패배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감독의 변호인 측에서 "이 경기에 전 감독이 승부를 조작한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이 경기는 SK가 케이티를 75-60으로 물리쳤다.
지난 시즌 케이티는 '통신 라이벌'로 불린 SK와 정규리그에서 6번 만나 모두 졌다. 이날 경기를 제외한 다섯 차례 경기의 평균 점수 차는 10.6점이었다.
점수 차가 가장 많이 난 것은 17점이었고 제일 적었을 때가 3점이었다. 3점 차로 졌던 한 번을 제외한 5차례 경기에서 모두 10점 차 이상 패배를 당했다.
이날 15점 차 패배가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선수 기용 면에서는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케이티의 핵심선수 두명의 경기 출전시간이 짧고 득점 면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전 외국인 선수인 찰스 로드가 11분57초만 뛰었다.
하지만 로드는 당시 발목 부상으로 앞선 두 경기에는 아예 결장했다.
주포인 조성민도 10분만 뛰고 무득점에 그친 것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조성민은 이날 이후 세 경기에서도 14분49초, 14분18초, 3분27초 등 10분 안팎의 시간만 소화했다.
또 다른 의심 경기로 거론되는 2월14일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케이티는 63-75로 졌다.
이때도 발목 부상으로 로드가 결장한 것 이외에는 특이한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농구 경기 자체가 원래 선수 교체가 잦고 특히 조성민과 같은 슈터는 당일 슛 컨디션에 따라 출전 시간에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어 경기 내용만 가지고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농구계의 설명이다.
결국 전창진 감독이 경기 결과에 따른 금전적인 이득을 챙겼는지와 실제로 전 감독 주도 아래 불법 스포츠토토 등에 대한 베팅이 이뤄졌는지가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야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질 전망이다.
2001-2002시즌 원주 삼보 감독대행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전창진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426승을 거둬 최다승 2위에 올라 있고 감독상을 5차례나 받아 최다를 기록하는 명장이다.
용산고와 고려대를 거쳐 실업 삼성전자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전 감독은 1986년 실업 코리안리그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유망주였으나 부상 때문에 일찍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삼성전자 매니저와 프런트 생활을 한 전 감독은 1998년 삼성 코치를 맡아 지도자로 변신했고 2001-2002시즌 감독대행이 되면서 프로 팀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다.
일부 네티즌들로부터는 '전토토'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2012년 10월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타임아웃을 한 번도 부르지 않는 무성의한 경기 운영으로 KBL로부터 엄중 경고의 징계를 받는 등 일부 팬들로부터 '토토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안 좋은 별명이 붙은 것이다.
전 감독은 전날 변호인을 통해 "이 사건과 관련해 대가를 받거나 어떠한 이득도 챙긴 사실이 없다"며 "수사기관에 나가 당당히 의혹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 소환 조사를 앞둔 전 감독의 운명이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날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팬들의 실망감은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울 것 같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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