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승부조작파문, 과연 심판과 선수는 결백?

입력 2015. 5. 27. 06:49 수정 2015. 5. 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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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프로농구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다시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창진 KGC 감독이 사채업자에게 3억 원을 빌려 이를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베팅하도록 지인들에게 지시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전 감독이 자신이 지휘하는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고, 직접 돈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 감독은 혐의를 부인하며 변호인을 선임,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전 감독은 특정 경기서 주전을 빼고 후보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고의로 10점 이상 패했다. 경기결과에 미리 돈을 걸어 거액의 이득을 챙겼다는 것. 선수교체에 대한 전권을 쥔 감독이 직접 도박에 개입했다면, 승패를 조작하는 것도 쉬웠으리라는 심증이다. 경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KBL에 해당경기 자료를 증거로 요청해 분석하고 있다.

현직감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 지난 2013년 강동희 전 감독이 비슷한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한 죄로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KBL은 강 전 감독을 제명한 상태다.

전창진 감독의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직 수사는 진행 중이다. 다만 프로농구 최고명장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로농구는 이미 팬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감독은 물론 선수들이나 심판들에게도 수사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참에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에 대한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야 한다는 것.

지난 시즌 중 전직 선수 B는 스타급 선수 C에게 승부조작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돈을 요구했다. C가 KBL 클린바스켓 센터에 신고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다만 이 사건은 프로농구 선수들 사이에 승부조작이 만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불법 스포츠토토에서 첫 자유투 성공유무, 첫 3점슛, 첫 파울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베팅이 이뤄진다. 선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티가 나지 않도록 조작에 가담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과 심판들이 승부조작에서 100% 결백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농구계에서 몇몇 선수가 거명되며 이미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26일 오후 논현동 KBL 센터에서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가졌다. 회의 후 이재민 사무총장은 언론 상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 외 파악된 것이 없다. 다만 진행되는 수사에 대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사결과 나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어 "전창진 감독과 연락을 하지 못했다. 본인에게 확인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KBL은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총장은 "시즌 중에 'C선수 사건'이 있었다. 굉장히 놀랐다. 다른 선수들 이야기도 나왔다.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시즌을 진행하면서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매일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매 경기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다.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을) 시스템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더 심각해지는 상황을 우리도 인지하지 못했다. 걱정은 많이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KBL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음성적으로 퍼진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에 대해 KBL이 세세하게 밝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농구팬들이 프로농구 전체를 불신하는 가운데 KBL도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팬들은 KBL이 직접 나서 심판들과 선수들의 결백을 밝혀주길 원하고 있다.

KBL이 선수 및 심판에게 자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있을까. 이재민 총장은 "당연히 뒤돌아봐야 한다. 동시에 우리가 너무 확대해석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우리들 스스로 같이 해야 된다고 협의했다. 나를 포함해 심판들도 KBL 직원이다. 경기임원도 다시 짚어보고 돌아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인 자체조사 계획은 들을 수 없었다.

승부조작은 프로농구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KBL의 대응법은 2년 전 '강동희 사태'와 견주어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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