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보행자 '눈치싸움'..모호한 법에 사고만 '쾅쾅'

이재윤|이재원 기자|기자 입력 2015. 5. 27. 05:01 수정 2015. 5.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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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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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7시1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공사장 앞. 김형찬씨(67·가명)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뛰어든 자전거와 부딪혀 뒤로 넘어지며 손바닥과 팔꿈치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잘못을 가리기 위해 이들은 경찰서로 향했다. 인도로 진입하던 자전거의 잘못이라는 김씨의 주장에, 자전거 운전자는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 만큼 보행자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전거는 차로 분류돼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잘못이 크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자전거 운전자는 꼬리를 내렸다.

#지난달 중랑천 공원을 산책하던 임승우씨(가명)의 애완견은 지나가던 자전거에 치어 죽었다. 임씨의 애완견을 보고 피하지 못한 자전거 운전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 경찰의 도움을 청했다.

경찰은 목줄을 풀고 산책시킨 임씨 책임도 있지만 자전거 운전자의 과실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합의로 마무리됐으나 임씨는 그동안 가족처럼 지낸 애완견의 갑작스런 죽음에 쉽게 충격을 헤어나지 못했다.

◇애매한 법…자전거·보행자 끝없는 '눈치싸움'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보행자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자전거 도로와 관련된 애매한 규정으로 시민들에게 혼란만 가중 시키고 있다. 특히 법으로 정해진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석가탄신일 연휴를 맞은 지난 25일 서울 반포 한강시민공원에선 자전거를 피해 산책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인파사이로 바짝 붙어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들에 '공포감'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여러 대의 자전거를 타고 그룹을 지어 이동하는 '그룹 라이딩족'은 보행자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자전거 제한속도 기준 등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공원을 찾은 김민희(25·여)는 "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가끔 지나가는 자전거에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위험하게 운전을 한다"며 "자전거와 사람의 거리가 5㎝도 안 되는 것 같다. 제한속도도 지키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자전거 운전자들은 보행자들이 전용도로 중간에도 갑자기 어린이나 애완견이 튀어나오거나 공이나 물건 등이 날아들기도 하는 등 자전거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자전거동호회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로 명시돼 있는 곳에서도 조깅을 하거나 도로를 가로막는 보행자를 쉽게 볼 수 있다"며 "어느 곳에서도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관련 사고도 매년 증가 추세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지역 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7.9%(3225건) △2013년 3250건(8.3%) △2014년 4065건(9.9%)에 달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0년 1만1259건이었던 자전거 사고는 지난해 1만7471건으로 5년 새 55% 넘게 늘었다. 사고 사망자는 2010년 297명, 2012년 289명, 작년 287명 등 매년 300명에 육박한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사고만으로 크게 다치진 않지만 2차 피해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양측 모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전용도로 전경. / 사진 = 이재원 기자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 '0㎞'…"아무도 몰라요"

이 같은 자전거·보행자간 갈등에 대해 잘못된 도로표기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전거·보행 겸용도로지만 바닥·표지판에 자전거 전용으로 표기해 혼선을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2013년 '서울자전거교통지도'에 따르면 한강변 자전거 도로는 보행자 출입이 제한된 전용도로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고시된 '자전거도로 노선지정 현황'에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명시돼 있다.

서울시 '자전거도로 현황'에 한강변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0km이지만 이 같은 자전거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자전거 동호회 회장 김모씨(28·회사원)는 "한강 자전거도로가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멀쩡한 산책로가 있는데 왜 겸용도로로 지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행정착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의 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로 표시하고 있다"며 "조만간 새로 발간하는 지도에서는 겸용도로로 수정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자전거 사용 인구가 증가함에 따른 정책과 홍보가 현실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규일 국민생활체육 전국자전거연합회 사무처장은 "겸용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인식하는 것은 제도적 문제"라며 "자전거 도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착되면 사고와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 @mton16]

이재윤 기자 mton@,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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