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9월 '계좌 이사' 쉬워진다.. 은행권 225兆 大이동 예고

이신영 기자 2015. 5. 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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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 저 은행 안가고, 인터넷서 계좌만 옮기면 자동이체도 자동으로 이전] 저축銀·신협 등 2금융권은 이동안돼.. 잔액 이전·舊계좌 해지는 직접 해야 개인-개인 자동이체는 11월부터 가능 은행들 年수익 2000억~3000억 줄듯.. 안이하게 대처했단 '뱅크런' 맞을수도

A은행의 수신상품개발 담당부장 김모씨는 최근 B 카드사가 고객 부가서비스로 내놓은 마일리지 사용, 맛집 가격 할인 같은 혜택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는 9월 실시하는 은행권의 계좌 이동제에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태스크포스팀(TFT)에서 "수수료 면제 혜택만으로 계좌 이동제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기 어려우니,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를 도입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 계좌 이동제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권에서는 계좌 이동제가 예상보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객이 자동이체 내역을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옮기면, 자연스럽게 통장 잔액이나 월급 이체 통장도 옮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25조원이 움직인다

그동안 고객은 주거래 계좌를 변경하기 위해 자동이체를 일일이 해지하고 신규 신청을 따로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그러나 앞으로 계좌 이동제를 실시하면 그런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우선 오는 9월 계좌 이동제의 1단계로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출금이체정보 통합관리시스템' 사이트(www.payinfo.or.kr)에서 카드·보험·통신사의 자동이체를 다른 은행으로 변경할 수 있다. 부모님 용돈, 동호회비처럼 '개인-개인' 사이에 설정한 자동이체는 올해 11월부터, 은행 창구를 통한 오프라인 변경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계좌 이동이 가능한 수시 입출금 계좌는 2억개로, 이 계좌들에 들어 있는 예금액은 2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계좌 2억개의 자동이체 거래 건수는 26억건에 달한다. 계좌 1인당 연결된 평균 자동이체 항목은 8개다. 금융당국은 통장 2억개 중 매달 통장 잔액 평균 30만원 이상 유지하면서 출금이체가 활발한 통장 6000만개를 핵심 계좌 변경 수요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신협·수협 등 2금융권은 계좌 이동제도를 실시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계좌 이동을 할지는 '대출금 자동이체 허용 범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금융소비자는 주거래 통장으로 통신비나 카드 할부금을 갚으면서 다른 은행의 대출금도 자동이체로 상환하고 있다. 현재까지 결정된 바로는 카드사의 카드론과 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은 자동이체 변경이 가능하다. 반면 타은행의 주택담보나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으로 활용된 계좌의 자동이체 변경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은행 대출의 이체를 타 은행으로 변경하면, 그동안 기존 은행에서 대출금을 납부하면서 누려오던 우대 금리 혜택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잔액 이전이나 구(舊) 계좌 해지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다.

◇수수료·우대 금리 혜택 담은 '금융상품 패키지'와 캐시백 혜택까지

은행들은 계좌 이동제 시행에 따른 고객의 '가출'을 막으면서도, 신규 주거래 고객을 유치하려고 상품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3대 부가서비스(수수료 면제·우대 금리·포인트 지급)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연계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 패키지'를 9월 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출시한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는 급여와 연금이체·공과금·카드대금 이체 중 두 가지 이상을 이체하는 고객에게 월 최대 15회까지 타행 수수료 면제(통장), 통신·주유·학원 등 사용 금액에 1.5% 적립(카드), 1년간 연체 없이 사용하면 대출이자 납입금액의 1%를 캐시백(신용대출)하는 혜택을 준다.

KB국민·기업·SC은행도 이와 비슷한 구조의 상품 패키지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은행권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서비스들이 대동소이해 고객 유인에 차별적 요소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전상욱 우리금융연구소 실장은 "2~3년 전 계좌 이동제를 실시한 영국을 보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은행 이용이 활발한 고객들의 계좌 이동제 이용이 활발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직장 은퇴자의 경우, 근무지 근처 주거래 은행에서 거주지 근처의 B은행으로 계좌 이동할 수 있다.

◇고객에게는 득이지만 은행권은 수익 감소 우려

계좌 이동제가 실시되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계좌 이동제 시행에 따라 예금자들이 불쑥 다른 은행으로 떠나버릴 수 있게 되면서 예금을 유지하는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C은행의 한 임원은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과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연간 2000억~3000억원 정도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계좌 이동제에 따라 전체 은행권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예대마진(NIM)이 1.5%에서 1%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계좌 이동제에 안이하게 대응하는 은행에서는 단기적인 '대량예금인출'(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좌이동제

은행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카드 대금이나 각종 공과금 자동 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새 계좌로 이전되는 제도. 현재는 거래 은행을 바꿔 계좌를 옮기면 자동 이체 등은 일일이 직접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보통예금으로 불리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 계좌가 주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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