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3일 천하로 끝나버린 모바일게임의 신화, '징가'

조영준 2015. 5. 2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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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열흘 붉게 핀 꽃은 없다'라는 뜻이다. 아무리 흥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쇠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이 말은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많은 기업과 경영인들에게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큰 울림을 주는 격언이기도 하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IT 시장도 마찬가지다. 불과 10년 만에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정도로 급변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했고 또 실패하여 사라져갔다.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 게임 역시 초창기 캐주얼게임의 장르에서 시작해 이제는 콘솔과 PC, 온라인게임 플랫폼에 이어 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등 기존의 그 어떤 플랫폼 보다 빠르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게임 시장을 먼저 선점하여 대세로 떠올랐지만 불과 2년만에 곤두박질 친 회사가 있다. 바로 신생 게임 기업의 신화로 통하는 '징가'가 그 주인공이다.

한 때 창립 후 불과 5년만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새로운 게임 플랫폼 등장의 신호탄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징가'. 미국 나스닥에까지 상장하며 영원한 성장을 이어갈 것만 같았던 '징가'는 현재 연이은 인력감축으로 수 많은 게임 스튜디오가 폐쇄되고 회사의 존폐가 위험할 정도로 끝 모른 추락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게임 역사상 가장 엄청난 성장을 거둔 회사'로 불리던 '징가'는 왜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일까?

2007년 4월 창업자 '마크 핀커스'는 게임회사인 'Presidio Media'을 창업했고 3개월이 지난 7월 자신이 기르던 불독의 이름인 'Zynga'에서 이름을 따 회사의 이름을 '징가'로 변경하여 지금의 회사 기틀을 갖췄다.(회사의 로고 역시 이 불독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것) 당시 미국 IT 시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대성공으로 인해 창업 열풍이 불고 있었고, '징가'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미국의 여러 벤처 캐피탈(BC)회사에서 투자를 받아 설립된 수 많은 회사 중 하나였다.

비록 여러 신생 회사를 설립한 경험이 있었지만 게임회사를 처음 창립한 '마크 핀커스'는 트위터와 함께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 주목했다. SNS의 열풍으로 나나 할 것 없이 소셜 요소에만 집중하던 시기. '징가'의 창립 멤버들은 SNS을 통해 끝없이 전파되는 정보의 움직임에 주목했고, 이에 자신들의 게임을 페이스북에 서비스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사실 징가의 게임들은 이미 웹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의 상당수를 그대로 도입해 만든 경우가 많았으며, 회사에서 선보인 최초의 게임인 '텍사스 홀덤 포커' 역시 이전에 있었던 카지노 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징가는 이러한 게임에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의 소셜 요소를 도입했고, 2007년 5월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두산백과)를 공개하자 이를 발 빠르게 적용하여 페이스북에 입점하기에 이른다.

SNS를 통해 기존의 메신저 서비스 이상의 콘텐츠를 찾던 페이스북 역시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SNS에 접목시킨 '징가'의 입점을 환영했고, 이 두 회사는 소위 말하는 '악어와 악어새'와 유사한 공생 관계를 맺게 된다.

농작물 키우기 혹은 라이트한 카지노 게임과 같은 간편한 게임 시스템, 그리고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닌 SNS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셜 요소'까지 '징가'는 일반적인 웹기반의 게임에 SNS를 더하면서 게임에 관심이 없던 일반인들까지 자신들의 게임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꿰뚫어 본 '징가'는 페이스북에 입점한 지 불과 1년만인 2008년 월 사용자 90만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더욱이 2009년 전세계에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 게임 '팜 빌리지'를 출시하며 이 같은 성공은 더욱 가속화된다. 2009년 하반기 일 사용자 2천 만 명, 월 사용자 2억 명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징가'는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해 나가며 그야말로 SNG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 놓았다.

이러한 '징가'의 성공을 본 많은 게임사들은 앞다투어 SNG을 선보이며 점차 시장이 활성화 됐고, 거대 게임 회사들을 소셜 게임에 뛰어들게 만드는데 일조 했으며, EA는 플레이 피쉬, 팝캡 게임즈 등을 인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소셜 게임 개발사 '크라우드스타'를 인수했다. 특히, 징가와 경쟁 관계에 있던 플레이 피쉬를 인수한 EA는 단숨에 징가에 이어 페이스북 게임 2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을 선점한 '징가' 역시 일본과 중국의 개발사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후발주자들을 따돌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2010년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의 유료 콘텐츠를 자신들의 수익으로 돌리기 위해 도입한 '페이스북 크레딧'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이에 '징가'가 반발하며 둘의 사이는 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게임과 광고를 포함해 매출의 12%를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커져버린 '징가'를 페이스북은 완전히 외면하지 못했고, '장가'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페이스북과 관계를 청산하는 것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높았다. 때문에 '징가'는 2015년까지 '페이스북 크레딧'을 사용하는데 합의했고, 페이스북 역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며 둘의 관계는 다시 원만해졌다.

쉽고 간편한 소셜 게임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동종 장르의 게임들과 표절 논란을 끊임없이 겪던 '징가'.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징가'의 수뇌부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논란을 겪던 다수의 모바일게임사를 인수해버리는 엄청난 방식을 채택한다. 이 과정 속에서 수 많은 게임 스튜디오가 생기게 된 징가는 2010년 말 출시한 '시티빌'이 다시 대성공을 거두면서 월 사용자 1억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며, 더욱 큰 규모의 게임사로 발돋움 하게 된다.

조그만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회사가 불과 4년만에 2천 여명이 넘는 직원과 각 국에 게임 스튜디오를 거느리며 세계 유수의 게임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2011년 연 매출 11억 달러를 넘는 거대 회사로 성장한 '징가'는 많은 게임사들도 시도하지 못한 주식 상장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시도하며 주당 12달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바야흐로 '징가'가 세계 게임사들 사이에 우뚝 선 순간이었다.

하지만 징가의 몰락은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부터 시작됐다. 해를 지난 2012년 페이스북의 소셜 게임이 급격히 증가하자 소셜 게임들의 스팸성 광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에 페이스북은 소셜 게임에 대한 안티 스팸 정책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이에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 수익을 올리던 상당수의 소셜 게임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는 점차 시장의 축소로 이어져 징가 역시 매출 감소에 시달린다.

또한, 이미 시대는 소셜 게임을 넘어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지만 징가는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흐름을 읽어 성공한 회사가 급격히 바뀌어 버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징가'의 모습에는 경직된 회사 분위기와 기업 윤리의 실종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너무나 급격히 성장한 '징가'는 과도한 성과급 위주의 경영과 내부 경쟁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 탓에 과중한 업무가 가중되는 분위기였고, 이에 직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내부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더욱이 기업매출과 내부의 생산을 데이터화하여 평가하는 '징가'의 정책은 경직된 사고와 성과만이 우선시 되는 대기업 형태로 흘러갔고 내부 분위기는 급격히 경직됐다. 기업문화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던 것이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의 방향성을 잡아주어야 할 임원진들 역시 스스로의 성공에 취해 나태해 지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너무나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면서 관리직 임원들을 급하게 채용한 '징가'는 서서히 회사의 신념이나 원칙보다는 돈과 매출에만 이들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일정 수익을 거두면 제공되는 인센티브 정책을 없애버리며 직원들의 사기를 꺾은 것에 이어 주식 상장 이후 자신의 주가 전부를 팔아버린 '마크 핀커스' CEO의 행동은 징가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내부 경쟁이나 일삼으며 매출 위주로 흘러가는 경직된 분위기, 덩치는 커졌지만 이미 생산력을 잃어버린 개발진들, 그리고 경영진들의 과도한 탐욕까지 '징가'는 빠른 성공 이후 그 어떤 게임회사보다도 빠르게 경직되며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

사실 '징가'는 모바일 게임의 대두에 따른 대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징가'는 2011년 이미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를 비롯한 여러 모바일게임사들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들 상당수는 '징가'의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내부 분위기를 우려하며 이 제안을 거절하고 만다.(이중 '로비오'에 제안한 인수 금액은 무려 '22억 달러' 한화 약 2조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도 거절할 만큼 '징가'의 내부 경쟁과 업무 스트레스는 유명했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와 경직된 회사 분위기. 내부 경쟁 탓에 수 많은 게임 스튜디오의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던 '징가'는 덩치는 불렸지만 속은 병들어가는 소위 '대기업병'에 걸린 회사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실적 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한 것에 이어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게임 스튜디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징가의 주식은 반토막을 넘어 곤두박질 쳤고, 14달러에 이르던 징가의 주식은 2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징가는 한 번의 큰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다시 제기를 위해 모바일게임 산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한 때 전세계 게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회사 치고는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징가'의 성공 요인에는 시대의 흐름을 읽은 과감한 시도와 새롭게 대두되던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먼저 선점했으며, 다양한 게임을 통해 게이머들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었다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징가의 시도는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져 유례없이 기록적인 성장을 거둔 징가의 신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지 못해 뒤쳐진 회사의 정책과 급격한 성장에 따라 빠르게 진행된 대기업화를 통한 경직된 내부 분위기. 그리고 기업윤리가 실종된 경영진의 태만까지 기업의 성장통을 이겨내지 못하며 성공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시대의 흐름을 타 성공한 기업이 계속 흐름을 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징가'의 실패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커온 모바일게임사들 역시 '징가'의 실패와 같은 모습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 때 세계 최고의 게임사를 꿈꿨지만 3일 천하가 되어버린 '징가'의 추락. 과연 징가는 다시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급변하는 게임시장의 흐름 속에 성공을 거둔 국내 게임사들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글 / 게임동아 조영준 기자 <june@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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