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승부조작 의심받는 '2월14일·2월20일 경기' 재구성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입력 2015. 5. 26. 17:32 수정 2015. 5. 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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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감독

한국농구연맹(KBL)은 KGC 전창진 감독이 지난 시즌 끝무렵인 2월 말~3월 초 수차례에 걸쳐 승부조작 베팅을 했다는 서울 중부경찰서의 브리핑과 그에 따른 보도가 잇따르자 26일 하루 동안 당시 의심 대상이 되고 있는 경기들을 돌아보며 분석작업을 벌였다. 이날 낮 경찰로부터 수사 해당 경기영상을 포함한 제반 자료를 요청받아 이를 일부 제출했고, KBL 자체로도 의혹을 짚어보기 위한 작업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지인들을 통해 불법 사설 토토에 거액의 베팅을 하기 직전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렸고, 이를 몇 회에 걸쳐 나눠서 자신의 당시 소속팀 부산 KT 경기에 베팅해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대상 경기에서 3, 4쿼터에 주전 선수들을 빼 큰 점수차로 패배하도록 해 베팅에 성공했다는 내용은 제보자들의 주장일 뿐, 아직 경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아니다.

25일 밤부터 구단 및 관계자들과 연락이 두절됐던 전 감독은 26일 오후 법무법인 강남의 이정원 변호사를 선임하고 ‘승부를 조작한 사실도, 거액을 베팅한 사실도, 어떤 이익을 받은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의심을 사고 있는 경기 중 일부는 지난 2월 14일 부산에서 열린 안양 KGC 전과 2월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이다. KGC와 KT는 해당 경기 직전까지 각각 1게임 차 7위와 8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이정현이 군에서 복귀하고 오세근, 리온 윌리엄스가 맹위를 떨치던 KGC는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KT는 찰스 로드 등 주전들의 부상으로 4연패를 당하며 6위 전자랜드와의 승차가 3.5게임 차로 벌어져 있어 승리가 절박한 때였다.

이날 경기 결과는 75-63으로 KGC가 12점 차로 이겼다. KT는 주전 센터 찰스 로드가 나흘 전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고, 에반 브락이 35분간 13점·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전태풍이 20분간 4점, 이재도가 21분간 8점, 조성민이 10분간 11점, 김현민이 14분간 10점, 오용준이 24분간 8점을 넣었다. 전반을 37-38로 뒤진 KT는 3쿼터에 6점 밖에 넣지 못하며 43-60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3쿼터 선수 기용도 특별히 이상한 게 없었다. 조성민이 8분간, 오용준이 10분간 뛰었으나 전반적으로 슛이 난조였고, 둘 다 무득점에 그친 게 문제였다.

전 감독이 사채를 빌리고 베팅한 것으로 지목된 2월 20일 SK전은 설 연휴 기간으로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크게 쏠리지 않을 때였다. 이날 경기는 SK가 시즌 막판 박상오의 부상 결장으로 5연패에 빠져 있다가 KT에 75-60, 15점 차로 이겨 한숨을 돌린 경기다. 1쿼터에 KT가 6점으로 부진해 전반에만 34-23, 11점 차로 끌려갔고, 후반에는 41-37로 비교적 대등했으나 결국 SK가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는 찰스 로드가 교체멤버로 12분간 뛰며 8점, 에반 브락이 28분간 4점을 기록했다. 득점력이 떨어지는 브락을 오래 썼지만, 국내 빅맨 유망주 김승원이 36분간 16점을 넣고 주목을 받았다. 주포 조성민은 10분간 무득점, 오용준이 28분간 13점을 넣었다. 식스맨 윤여권과 김현수 등도 번갈아 나섰다.

두 경기에서 의심을 받을만한 사항이라면 전태풍, 김현수, 오용준, 브락, 김승원이 선발로 나선 1쿼터의 6득점과 주포 찰스 로드, 조성민의 짧은 기용 시간이다.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희망을 이어가던 시기에 주전들을 중용하지 않은게 이상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로드는 계속 부상 회복 중이었고 조성민은 아시안게임 때 무리한 여파로 시즌 초반 무릎 수술을 받아 무려 21경기에 결장한 뒤 복귀 후 평균 10~20분씩 소화하며 힘겹게 시즌을 치르던 시점이었다. 이틀 뒤 삼성전에 마침내 선발로 나선 로드는 31분간 23점을 넣고 팀을 연패에서 구해낸 뒤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치료를 잘 받았다. 아직도 몸상태는 75% 수준”이라고 말해 전 감독이 그를 일부러 뺐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상대팀인 SK 문경은 감독은 26일 “당시 경기를 하면서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연패에 빠져 있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처럼 승부조작은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느끼기 힘들고, 후에 의심스러운 경기라고 지목해서 되돌아봐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 전직 프로농구 감독은 “잘 하던 선수를 갑자기 뺀다거나, 상식밖의 선수기용을 하면 금세 이상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그게 승부조작인지 여부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주변의 누구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사태가 불거지자 일단 잠적한 상태다. 변호사를 선임해 누명을 벗으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국 모든 것은 경찰의 수사가 모두 이뤄져 명백히 전말이 밝혀진 뒤에나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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