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낙서판 된 한국 지하철..환풍구 침입 '속수무책'
대구·인천·서울 돌며 전동차에 낙서…"지하철 보안 구멍"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외국인들이 심야시간 운행이 끝난 수도권과 대구지하철 전동차에 대형 낙서(그라피티·graffiti)를 그린 것으로 드러나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한국에 들어온 그리스인 C(24)씨와 독일인 B(29)씨는 함께 인천과 대구 지하철에 침입해 전동차에 스프레이로 로마자 'BLiND'라는 낙서를 새겼다.
B씨는 지난 3월에도 입국해 닷새간 머물며 서울지하철 신논현역 전동차에 비슷한 모양의 낙서를 남기고 출국했다.
경찰은 출입국 기록에 B씨가 2013년 10월 12일 우리나라에 들어와 5일 동안 머문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에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지하철을 이용한 적이 없는 이들은 지하철 도면조차 제대로 참고하지 않고 침입한 것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대구와 인천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해 한 명은 직접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고, 다른 한 명은 지상에서 렌터카를 운전해 지하로 들어갈 통로인 환풍구를 찾았다.
주로 늦은 저녁 시간에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는 지하철 환풍구의 잠금장치를 도구로 풀어낸 뒤 환풍구 안에 설치해 놓은 쇠사다리를 타고 10여m 아래 터널로 내려가는 수법으로 침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낙서를 한 이들을 잡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인터폴에도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 경찰은 지하철 낙서 사실을 쉬쉬했고, 인천지역 경찰은 한 일간지가 이를 보도할 때가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인과 독일인이 대구 지하철에서 범행을 한 뒤 급하게 도망치며 분홍·초록·검정·흰색 스프레이 16개를 현장에 두지 않았더라면 대구 수성경찰서도 용의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을 뻔했다.
안재경 수성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들이 장시간 지하에 숨어든 것을 다음날 아침 낙서를 발견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며 "환풍구를 비롯해 지하철 보안시설이 상당히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침입 위험이 있는 환풍구를 다시 용접하고 역사내 외부인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지하철에 낙서를 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2013년부터 인천·안산·서울지역 전동차에 22차례 낙서한 스페인·루마니아·라트비아 출신 남자 3명이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나라보다 지하철 내부 침입이 용이하고 그라피티 관련 처벌 사례가 별로 없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지하철을 쉽게 표적으로 삼는다"고 분석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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