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구' 양현종 "호세 리마를 기억해주세요"

김은진 기자 2015. 5.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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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27·KIA)은 지난 23일의 특별한 승리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광주 삼성전에서 시즌 4승째. 8회까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34개를 던지며 삼성 강타자들을 8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묶었다. KIA가 8회말 1득점 했고 마무리 윤석민이 9회를 막아 1-0 승리, 양현종이 오랜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 좌완 차우찬과 불꽃 튀기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따낸 빛나는 승리였다.

양현종은 이날 올시즌 자신과 했던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 0-0으로 맞선 8회초 134개째를 던져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껑충 뛰며 주먹을 꽉 쥐었다. 올시즌 무슨 일이 있어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약속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매우 특별한 날, 다짐도 잊을 만큼 집중한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양현종이 아직 신인이던 시절, 많은 힘을 줬던 호세 리마의 기일이었다.

리마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메이저리거로 통산 89승을 거둔 특급 스타였다. 화제 속에 2008년 KIA에 입단해 3승6패 방어율 4.89를 기록하고 시즌 중 한국을 떠나야 했지만 관중에게 훌륭한 팬서비스를 하고 외국인선수이면서도 고참으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등 경기 외적으로 좋은 활약을 해 팬들과 선수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가 세리머니를 펼칠 때를 '리마타임'이라고 부르며 많은 팬들이 기다리기도 했다. 어린 투수들을 아끼고 잘 챙겨주던 리마는 그 중에서도 당시 갓 스무살이던 양현종을 '베이비'라고 부르며 특별히 예뻐했다. 둘은 많은 정을 쌓았다.

리마는 한국을 떠난 뒤 2010년 5월23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KIA 선수들의 슬픔과 충격은 컸고, 양현종도 많이 울었다.

양현종은 지금도 리마를 잊지 않고 있다. 그의 모자 안쪽에는 'LIMATIME'이라고 적혀있다. 리마를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적어놓았다.

양현종이 데뷔 이후 최고의 역투를 펼친 그날이 사실은 리마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2010년 6월, 생애 첫 완봉승을 하고 인터뷰 중 울먹이며 리마를 추억했던 양현종은 더욱 특별한 이번 승리에 다시 리마를 떠올리고 있다.

양현종은 "그날 운이 참 많이 따랐다. 리마가 하늘에서 도와줘 위기 때마다 운 좋게 잘 넘긴 것 같다. 그래서 세리머니를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다짐했었는데 8회 끝나고 나도 모르게 크게 하고 말았다. 삼성 선수들에게 내심 미안했다"며 "리마가 우리 팀에 있을 때 많은 팬들이 즐거워했는데 다들 잠시라도 리마를 계속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26일 현재 방어율 1.86을 기록하며 전체 투수 가운데 유일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승수는 4승이지만 가장 많은 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특급 선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양현종의 올시즌 페이스에 더욱 속도를 붙여줄 23일 삼성전 승리, 리마와의 아름다운 추억에 양현종에게는 더욱 잊지 못할 승리가 되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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