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전창진 승부조작 혐의에 분노하는 이유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입력 2015. 5. 26. 08:41 수정 2015. 5. 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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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감독, 승부조작 혐의 입건..프로농구 여전히 청정 지역 아니다
(사진 제공/KBL)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3년 3월4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프로농구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소환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날이다.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었다. 그는 2011년 2월과 3월 불법 스포츠토토 브로커로부터 4700만 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8월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미 프로배구와 프로축구,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의 마수에 걸려들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였다. 프로농구만큼은 청정 지역이라는 농구인들의 믿음이 있었지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 동안 프로농구가 승부조작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는가? 아니다. 온갖 소문이 농구계를 휘감았다. 농구인들 사이에서 승부조작 파문이 언젠가 또 한번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그동안 기사로는 전해지지 않은 사실이다.

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지난주 소환 조사한 불법 스포츠토토 업자들을 통해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밤 SBS의 단독 보도가 나간 이후 농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선수단 관계자나 구단 관계자 심지어 기자들의 전화기에도 불이 났다. 대체 누구냐, 서로 확인하느라 바빴다.

연락이 닿은 관계자 모두가 분노했다. 누가 그랬냐는 둘째 문제였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한 프로농구 감독은 "정말 농구가 바닥까지 갔다"며 안타까워 했다.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현직 프로농구 감독은 누구인가. 지난 시즌까지 부산 케이티의 사령탑을 맡다 올해부터 안양 KGC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감독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로농구계의 어른이라 불렸고 우승도 수차례 차지해 명장 대열에 오른 전창진 감독이 수사 대상에 올랐고 출국금지를 당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농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현직 감독이 소속팀 경기를 두고 승부조작을 벌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로농구가 2년 전에 어떤 일을 겪었나. 모두가 아파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나.

프로농구가 2년 전 심각한 파문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승부조작 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해졌다. 언제든지 승부조작의 마수가 뻗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과거 프로야구가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을 당시 CBS 노컷뉴스의 취재에 응한 한 불법 스포츠토토 전문가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베팅이 된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스페셜 게임'으로 불리는 분야다. 이닝별 승패, 스코어 홀짝은 물론이고 공 하나를 두고도 베팅이 이뤄졌다.

농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경기에서 나오는 첫 3점슛, 첫 자유투 등 온갖 '스페셜 게임'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농구장에서 불법 도박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관계자들이 구단 보안요원들에게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몇 년 전, 한 지방 경기 도중 2명의 중국인이 현장에서 보안요원에게 잡힌 적이 있었다. 그들은 농구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고 적발되자 황급히 문자 메시지를 지웠다. 어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경기 실시간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같은 일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몇년 동안 농구장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졌던 일이다. 즉,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는 프로농구가 제법 인기있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승부조작의 마수가 뻗칠 수밖에 없다.

농구인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농구만큼은 승부조작과 무관한 청정 지역이라고 믿었다. 조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 3점슛을 넣는 선수를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 양팀 감독이나 선수들의 담합 없이는 스코어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여지는 있었다. 감독이 선수 기용 권한을 활용해 경기에서 일부러 패하는 것은 가능하다. 2년 전 증명된 사실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전창진 감독도 이같은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만약 전창진 감독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지난 2년 동안 KBL이 주도하고 모든 관계자들이 약속했던 자정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승부조작은 KBL이 아무리 노력해도, 구단이 아무리 경각심을 일깨워도 원천봉쇄하기는 어렵다.

개인의 양심에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뿌리를 뽑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뿌리를 뽑기 위한 어떤 노력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 혐의가 입증된 사람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양심을 버린 자에게 자비는 필요없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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