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20년 째 재발견이란 평가, 억울해요" [인터뷰]

이현영 기자 2015. 5.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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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김희선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90년대 청순하면서도 세련된 미모, 통통 튀는 매력으로 각종 유행을 선도했던 김희선(37).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그는 '앵그리맘'에서 교복 입은 열혈 엄마로 변신, 눈물겨운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그야말로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김희선은 최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극본 김반디·연출 최병길)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인 딸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 학교로 돌아가 더러운 권력에 맞서 싸우는 조강자 역으로 열연했다.

이번 작품은 김희선에게 첫 모성애 연기를 펼치는 부담감도 있었을 터. 그는 무엇보다 교복을 입은 엄마가 학생들 사이로 들어가 해결사 역할을 하는 모습에 공감대 형성이 될 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보니 제 아이를 누군가 괴롭힌다면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게 생각하는게 엄마 마음이겠죠. 다른 건 자신없었어도 엄마 마음을 표현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라며 "교복이 안 어울릴 수도 있고, 학교 생활이 어색할 수도 있죠. 시청자들이 욕할 지 몰라도 엄마 마음이라는 진정성 하나만 있으면 교복 입고 학교 가는 제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주실 거라 생각했어요"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희선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학생들의 몸매가 드러날 정도로 짧고 타이트한 교복 문화에 흥분했다. 그는 "촬영장이 학교이다보니까 학생들이 교복 입고 담을 넘는데 치마가 너무 짧아 스태프들이 고개를 돌릴 정도였어요. 제가 오죽하면 선생님들을 잡고 '학생들 치맛단 좀 내리라고 해라'라고 했다니까요"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김희선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최병길PD의 믿음도 한 몫했다. '참 좋은 시절' 종영 이후 중국 일정 중이던 김희선을 최병길 PD는 조강자 역으로 정해놓고 첫 촬영 3일 전까지 기다려줬단다. 이런 믿음에 김희선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앵그리맘'에 합류했다. 그는 "일주일만이라도 액션 연습을 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요. 한 시간 전에 연습하고 액션신 촬영에 들어갔어요"라고 기분 좋으면서도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김희선에게 '앵그리맘'은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작품 속 조강자는 학교 안에서는 학생으로, 학교 밖에서는 딸과 학생들을 지키는 엄마로, 집에서는 며느리와 아내로 그야말로 '슈퍼우먼'이었다. 김희선은 "제가 드라마에서 안 끼는 데가 없었잖아요. 항상 뛰어다녔죠. 분량도 많고 액션신 등 힘들고 어려웠어요. 마지막 촬영 때는 72시간 밤을 새다보니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집에 새벽 5시에 들어가면 한 시간 자고 6시에 남편이 깨워줘요. 그 때 제가 '한공주 끝나고 할게'라고 했대요. 꿈에서도 촬영 연장선인거죠. 그래도 좋은 기사, 좋은 말도 많았고 배우들 간의 분위기가 좋아서 버틸 수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김희선은 '앵그리맘'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배우 인생 중 가장 좋았던 드라마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경이 학교였던 만큼 함께 호흡한 어린 후배들을 칭찬하기 바빴다. 그는 "요즘 배우들은 노래, 연기, 센스, 유머, 댄스 다 잘 해요. 거기에 예의도 바르고 심성도 곱죠.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에 대해 안 좋은 얘기도 하는데, 저는 이번 작품에서 그런 아이들 못 봤어요. 착한 친구들이 능력도 좋고 예뻐요. 그러니까 다 잘 되나봐요. 밉상 하나 없이 다 잘 따라주고 촬영장에서 잠잘 시간 쪼개서 수다 떨고 얘기하면서 즐겁게 촬영했어요"라고 자랑했다.

'앵그리맘'의 배우들이 이처럼 뭉칠 수 있었던 중심에는 김희선이 있었다. 박근형, 김지영, 박영규 등 중견 배우와 후배 배우 사이에 있었던 그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는 "다른 배우들은 애교를 부리고 싶어도 선생님들이 어려우니까 못 피우죠. 그래서 제가 선생님들께 애교도 부리고 했는데 다 받아주시니까 감사했어요. 제 나이만 돼도 새벽 2시까지 촬영이 계속되면 힘들잖아요. 그래도 선생님들께서는 절대 나쁜 말 안 하시고 끝까지 함께 해 주셨어요. 옛날 얘기도 해주시고 좋았죠"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마친 후 배우들은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특히 김희선과 작품 속 남다른 워맨스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던 고수희는 그에게 전화를 해 종영 후 허전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그는 "고수희 씨는 지금 지방 공연 중인데 공연을 하면서도 마음이 헛헛하대요. 몇개월동안 함께 했잖아요. 매일 만나는 연인도 하루만 떨어져 있으면 마음이 그렇잖아요. 이렇게 하루에 한 명씩은 문자가 와요. 단체 채팅방도 있고요"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남다른 의리녀 김희선은 동네에서도 별명이 '오지랖 이장님'이란다. 남편 모임, 동네 소모임까지 촬영 없는 날에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번 드라마하면서 진짜 지지 많이 해주시고 모니터도 잘 해주셨어요. 역할이 억척스러웠잖아요. 그렇다고 너무 억척스럽게 하면 안 보실 것 같아 100% 엄마 마음을 살리되 코믹스럽고 가볍게 가려고 노력했어요"라고 시원스레 웃었다.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해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던 김희선은 최근 '참 좋은 시절'에 이어 '앵그리맘'까지 다양하고도 꾸준한 필모그래피를 쌓는 중이다. 특히 전작 '참 좋은 시절'에서 김희선은 억척스러운 경상도 언니 차해원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 이번 작품에서도 열혈 엄마로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섰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저한테 20년째 기존의 틀 벗어났다고 해요. 늘 할 때마다, 20년째 재발견이래요. 억울해요. 얼마 전에 '앵그리맘' 끝나고 예전에 함께 프로그램했던 CP가 제 모습을 칭찬하면서 '익숙하면서 새로운 거는 참 좋은거야. 어쨌든 새롭게 매번 다가온다는 거잖아'라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기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열심히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고백했다.

1993년 데뷔,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온 김희선은 2007년 남편 박주영 씨와 결혼, 2009년 딸 연아를 출산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나 그는 2012년 '신의'로 대중들 앞에 다시 섰고 드라마, 예능 MC 등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그는 계속 배우로 생활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무엇보다 저를 위해서,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이순재 선생님도 인터뷰하실 때 광고만 하는 친구들 보면 안타깝다는 얘기를 하시잖아요. 나이가 드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요. 시간이 가면 둔해질 거고, 다른 쪽으로 연륜도 생기겠지만 새로운 것은 접할 기회가 연기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라고 솔직히 말했다.

또한 김희선은 여배우로서의 고민과 역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조금 아쉬운 점은 여배우가 나이 들고 결혼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작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앵그리맘'처럼 나이가 있어도, 아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서 참 운도 좋고 복도 많은 것 같아요"라고 겸손하면서도 다부진 태도를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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