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지명자 잇단 설화.. 종교편향 '뇌관' 돌출, 문창극 '닮은꼴' 되나

구교형·정환보 기자 2015.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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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과세 반대..정부와 배치, 주일에 사법시험 시행 "유감"
현재 전도사도 겸직해 '투 잡'.. 불교계 반발에 '종교전' 양상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자(58)의 종교 편향 논란이 인사청문회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자칫 교회 특강 발언으로 임명동의안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낙마한 문창극 전 지명자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 '문창극 모델' 따를까

언행이 신중한 것으로 알려진 황 지명자가 겪은 가장 큰 설화(舌禍)도 2011년 부산고검장 재직 시절 부산 강서구 한 교회에서 한 강연(경향신문 1월14일자 1·3면 보도)에서 비롯됐다. 공안검사 좌천 배경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라고 말한 그는 "(나는) 하나님께 '환란'으로부터 도피를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드렸다"고 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 지명자는 교회 과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과 배치되는 이 같은 생각 때문에 2013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2년 출간한 저서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그는 "담임목사 사택과는 달리 부목사·강도사·전도사 등의 사택을 세금 부과 대상으로 판결하고 있는 법원 견해는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황 지명자에게) 법 규범 우열순서는 '교회법 → 국보법 → 헌법'"이라고 평가했다.

'부처님오신날'인 25일 불교계 언론들은 홈페이지에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각계 성명을 머리기사로 배치하는 등 '결사 반대' 기류를 보이고 있다. '중재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자칫 '종교전' 양상으로 비화할 상황이다.

일부 불교 언론들이 황 지명자 사퇴를 촉구하는 불교 단체의 주장을 담은 기사들을 인터넷 홈페이지 주요 뉴스로 싣고 있다. | 화면 캡처

■ 전도사 황교안의 '주일론'

법조계에서는 황 지명자의 '주일론(主日論)'도 회자된다. 황 지명자는 "주일을 지켜야 구원받는다"는 소신 때문에 일화가 많다.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황 지명자는 1990년대 초반 대검 공안부에서 '말석 검사' 근무 당시 공안부장의 일요일 오찬 회식 제안에 혼자 불참했다. 서울 목동 교회에서 예배 시작 10분 전쯤 연락을 받은 그는 서소문 회식장소로 오라는 상사의 부름 대신 신앙을 택했다. 차관급 검사장의 호출을 30대 초반 평검사가 불응한 것이다.

황 지명자는 2009년 8월 창원지검장 재직 중 접대 골프 자리를 피해 '화'를 면한 것도 주일 덕분이라고 말해 왔다.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육군 39사단장, 창원시장 등 기관장 4명이 경남 김해 한 골프장에서 지역 기업인들과 골프 라운딩 이후 폭탄주를 마셨다가 시장을 뺀 나머지 기관장 3명이 사직했다. 황 지명자는 공·사석에서 "주일이기 때문에 이날을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 안 나갔다. 그 사람들은 사표를 쓰게 하시고 일주일 뒤에 저는 고검장 승진이 됐다"는 일화를 무용담처럼 얘기하곤 했다.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도 그는 "헌법재판소가 주일에 공무원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사법연수생 신분이던 1983년 2월 수도침례신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황 지명자는 현재 전도사를 겸직하고 있다. 신자들 교육을 담당하는 전도사는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상 정식 직업이다. 장관과 전도사 '투 잡'인 그가 다니는 교회 홈페이지에도 연락처가 공개돼 있다.

<구교형·정환보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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