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의 시대, 느리지만 묵직한 유희관의 메시지

2015.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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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인식 기자] 빠른 것만이 각광받는 시대. 야구 역시 다를 것은 없다. 가끔 들리는 유망주 투수들의 소식에서도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최고구속이다.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은 그래서 지금껏 평가 절하됐던 투수다. 구속의 한계 때문에 처음 10승을 해냈을 때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자 의심의 시선이 조금 더 사라졌다. 3년째 좋은 투구를 이어가자 이제야 비로소 '유희관은 인정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적장들도 칭찬 일색이다. 시즌 초에 상대했던 한화의 김성근 감독, 넥센의 염경엽 감독에 이어 최근 등판인 22일 잠실 SK전에서 6⅔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따내자 김용희 감독도 유희관 칭찬 대열에 가세했다. 유희관에게 진 다음날 김 감독은 "원래 완급조절이 좋다. 가볍게 던지면서도 타이밍을 빼앗을 줄 아는 좋은 투수다"라고 그를 높게 평가했다.

지난 시즌에는 5월부터 7월까지 부진을 겪었지만, 올해는 5월에도 굳건하다.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묻자 유희관은 "마운드에서 집중하는 점이 좋아졌다. 이기려는 생각도 더 강해졌다. 공 던지는 것에도 (좋고 나쁜) 사이클이 있지만 느린 투수들은 느린 만큼 제구력이 있어 영향을 덜 받는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단점을 잘 아는 만큼 자신만이 가진 장점이 주는 자부심도 크다. "공이 느린데 살아남는다는 건 다른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일 거다. 다른 투수들이 강속구를 타고났다면 나는 제구력을 타고난 것 같다"는 말로 유희관은 자신의 최대 무기인 제구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정교함이 있어 유희관은 지난해 177⅓이닝으로 토종 최다 이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 2년 연속 영광을 노린다. 유희관은 "선발로 최소한의 목표가 6이닝이다. 그 정도는 던져야 몫을 하는 것 같다. 요즘은 길게 던지기 위해 초반에는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꿈의 영역인 200이닝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유희관은 아직은 쉽지 않다면서도 "200이닝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훌륭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한 번쯤 꼭 이뤄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KBO리그의 마지막 200이닝 투수는 2013년 레다메스 리즈(202⅔이닝)다. 토종 투수로는 2007년 류현진(211이닝) 이후로 200이닝을 돌파한 이가 없다.

하지만 유희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공이 빠른 투수들을 쫓는 세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빠른 공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도 윤성환 선배나 손민한 선배님같은 제구가 좋은 투수들을 보면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며 유희관은 위안을 삼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유희관의 선전이 성공으로 바뀐다면 야구계의 패러다임도 조금은 바뀔지 모른다. 유희관은 "앞으로 제구력이나 경기 운영능력을 갖춘 투수들이 주목을 받고, 구단에서도 그런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게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빠름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유희관이 던지는 메시지는 느리지만 묵직하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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