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전전긍긍..'조정정년' 어찌하오리까?

박지환 기자 2015. 5.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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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연장 기대 VS 후배들 인사적체 해소 기회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올 하반기 경찰 최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내부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다른 행정조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정정년'에 맞닥뜨린 고위 간부가 예년보다 훨씬 늘었기 때문이다.

조정정년이란 경찰공무원법이나 경찰 인사관리규정에는 없는 것으로, 후배들에게 승진의 길을 터주기 위해 정년을 앞당기기는 관례를 말한다.

올해는 58년생 치안감과 경무관들이 대상인데 공무원 연금개혁안, 정년연장 등과 맞물리면서 퇴직하기도 남아있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

특히, 예전에는 퇴직 후 도로교통공단과 운전면허시험관리단 등 관련 기관에 재취업이 가능했지만 '관피아' 논란으로 '백수'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당사자들은 전전긍긍이다.

여기에 올해는 조정정년에 해당하는 고위간부의 수가 예년보다 많아 당사자들은 물론 승진 대상자들도 조정정년의 존치 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올해 경무관급 이상 10명 가까이 조정정년 대상

올해 조정정년에 해당하는 58년생 경찰 고위 인사는 이철성 청와대 치안비서관과 정해룡 강원청장, 허영범 본청 보안국장 등 치안감들이다.

또다른 치안감인 김성근 본청 외사국장과 윤철규 충북청장 역시 계급정년(치안감은 4년 안에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과 조정정년에 동시에 걸려 올해 말 승진하지 못하거나 조정정년이 폐지되지 않으면 옷을 벗어야 한다.

윗 직급인 구은수 서울청장과 이상원 본청 차장(이상 치안정감)도 조정정년 대상이다.

이밖에 설용숙 대구1부장, 남병근 인천3부장 등 경무관급도 조정정년 대상에 포함된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서, 경무관급 이상 59년생 조정정년 대상 간부는 10명(현재 기준)을 훌쩍 넘긴다.

치안감 보직 26석과 경무관 보직 65석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이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는 조정정년을 폐지하자는 쪽과 관례에 따라 유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와 내년 조정정년 대상자들은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승진 대상자들은 선배들이 나가줬으면 하는 눈치다.

내년 중 조정정년에 해당하는 한 간부는 "최근 정년 연장 분위기에 맞물려 직급 조정 등을 통해 조금 더 일할 수 있는데 아쉽다"며 "후배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50대 중반을 갓 넘긴 채로 나가서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경무관급 이하 승진 대상자 중 한 간부는 "본인들 입장에서야 억울할 수 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다는 본래 취지에 따라 조정정년이 실시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올해 대상자가 많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인사적체 해소 차원에서 용단을 내리는 게 옳지 않느냐는 의미다.

◈ 직급조정 등으로 조정정년 완화 시도했지만 '물거품'

조정정년은 지난 2000년 전후 이무영 제9대 경찰청장 시절 도입돼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정년 연장 등이 사회적으로 논의되면서 경찰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조정정년 완화를 추진했다.

치안감 자리를 몇개 더 만들고, 조정정년은 58년생부터 1년씩 늦춰 60년생은 3년까지 늘리는 안을 추진했지만 현재 답보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행정부처에 비해 직급이 높지 않은 경찰 치안감 자리를 몇개 더 늘려 연착륙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올스톱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는 기존 관례대로 58년생 경무관급 이상 간부들이 올해 말 퇴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말 치안정감급 인사를 앞두고 구은수 서울청장의 거취도 관전포인트다.

경찰청장 승진의 잠룡(潛龍)군으로 분류되는 서울, 경기, 부산 청장 중 서울청장이 통상 1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왼쪽), 구은수 서울청장 (자료사진)
실제 강신명 현 경찰청장도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쳐 서울청장 임무를 수행한 뒤 지난해 8월 본청장에 임명됐다.

구은수 서울청장 역시 강 청장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뒤 서울청장 자리에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강신명 현 청장은 최근 내년 8월까지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올해 조정정년에 해당하는 구은수 서울청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지환 기자] 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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