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인·정·사·정' 보지않는 수입車 AS

이인열 기자 입력 2015. 5. 26. 03:07 수정 2015. 5. 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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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15% 돌파했지만 서비스는 전진할 줄 몰라] 예약 잡는데 최소 3주 걸리고 센터 1곳당 무려 2100대 담당, 그것마저도 수도권에 집중 수리비, 국산차의 2.9배.. 정비 인력 부족도 문제

2년 전 대형 수입 세단을 산 직장인 임정택(33)씨는 구매 직후부터 핸들에서 툭툭 튀는 진동을 느꼈다.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데 3주일이나 걸렸는데, 그나마 정비사는 원인을 못 찾았다. 결국 임씨가 직접 독일 본사에 연락하고서야 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씨는 "핸들 이상은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데도 수리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국내 수입차 등록 대수가 110만대를 넘어섰다. 2000년만 해도 수입차는 연간 4400여대가 팔리며 시장 점유율 0.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9만6000여대가 팔리며 점유율 13.9%를 기록했고 올 들어서는 4월까지 누적 점유율은 15%(15.9%)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AS는 수입차 110만대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미비한 AS 시스템으로 인해 예약을 잡는 데만 최소 3주 이상은 걸리고 공식 서비스센터가 적어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약 잡는 데만 최소 3주

본지가 20개 수입차 브랜드의 전국에 있는 공식 정비망을 조사한 결과 서비스센터 숫자는 모두 359곳이었다.

이 중 '빅(big)4'인 BMW는 47곳, 메르세데스벤츠는 35곳, 폴크스바겐은 28곳, 아우디는 25곳이었다. 일반적인 공식 보증 기간인 최근 3년 내 판매된 차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센터 1곳당 수리할 수 있는 차량 수는 최소 2100대가 넘었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공식서비스센터는 1420개, 기아차는 840개로 같은 방법으로 계산했을 때 센터 1곳당 차량 수는 각각 1404대, 1672대씩이었다.

수입차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 보니 예약을 잡는 데도 보통 3~4주가 걸린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가 작년 말 수입차 고객 4만2618명을 대상으로 AS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도 가장 불만이 컸던 부문이 예약의 어려움과 대기 시간이었다. 경북 포항에 사는 김모(35)씨는 "AS 예약하기가 너무 어려워 소비자들 사이에 정비 기술을 직접 배워야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부품은 최대 4.6배 비싸… 수입차 정비로 돈 번다

수입차 정비 때 한 번에 최소 몇 백만원이 들어가는 높은 비용도 불만이다. 닛산 소형 SUV '로그'를 운전하는 이정원(37)씨는 "차가 살짝 벽에 스쳐 펴기만 했는데도 200만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1회 수리 비용은 평균 274만7000원이다. 국산차(95만2000원)보다 2.9배 높았으며, 수리할 때 들어가는 부품 값은 최대 4.6배나 비쌌다. 소비자시민모임이 BMW·벤츠·아우디·렉서스·크라이슬러 등 5개 수입 차종의 부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체 30개 부품 중 17개 부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해외 평균 가격보다 1.6~2.3배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는 "농산물도 유통 과정이 복잡하면 가격이 급등하듯 수입차 부품도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가격이 치솟는 것"이라며 "복잡한 수입차 부품 공급 구조가 부품 공급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정작 판매보다 수리와 정비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차 4대(大) 브랜드의 국내 대표 수입사(딜러)인 한독모터스(BMW), 부산스타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 고진모터스(아우디), 아우토반브이에이지(폭스바겐)의 2014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판매 부문 이익은 68억원으로 매출 대비 이익률은 0.6%에 그쳤다. 반면 정비 부문의 이익은 126억원으로 이익률이 11.4%에 달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비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절반을 넘고 있는 것이다.

수입 자동차 정비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국내에 자동차 정비 인력이 크게 부족한 데다 수입차는 브랜드별로 정비상 차이점이 많아 숙련된 정비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 간의 숙련 정비사 빼내기 경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한 임원은 "쓸 만한 정비사들은 이직이 워낙 빈번해 수입차마다 정비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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