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테크놀로지] 아이언맨? 탄소나노튜브맨

김기홍 기자 입력 2015. 5. 26. 03:06 수정 2015. 5. 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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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면서 강도는 강철 100배, 초속 2000m 총탄도 막는 '꿈의 新소재' 시대 임박] 탄소원자, 육각형구조 결합 원통모양.. 열전도성·전기전도성까지 뛰어나, 반도체·車 등 다양한 분야서 활용 추락하는 항공기 받아내는 그물, 우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도 가능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팀은 현재 거미줄과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천연 물질 가운데 인장 강도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거미줄에 인공 물질 가운데 가장 강한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하면, 인장 강도와 신축성 면에서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최강의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먼 미래에는 이런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추락하는 비행기를 지상에서 안전하게 받아내는 그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CNT)를 새로운 산업혁명을 불러올 잠재력이 높은 물질로 평가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나노(10억분의 1m)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가는 굵기의 탄소 소재로,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구조로 결합해 원통 형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다. 1991년 일본 이지마 스미오(飯島澄男) 박사가 다른 물질을 합성하던 중 흑연 전극에 달라붙은 검은 물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탄소나노튜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어떤 소재보다 물질적 특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인장 강도는 강철의 100배이고, 전기 전도도는 구리와 비슷하며,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비슷하다. 초저온에선 전기 손실이 거의 없는 초전도의 성질도 보인다.

탄소나노튜브는 뛰어난 물리·화학적 특성 때문에 반도체·디스플레이·화학·자동차·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꿈의 신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로 영화 '아이언맨'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을 튕겨내는 '아이어맨 수트' 같은 초강력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방탄복은 우리나라 군용 소총의 총알 속도(초속 900m)보다 배 이상 빠른 초속 2000m로 날아오는 총알도 튕겨냈다.

지난해 일본 건설업체가 205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우주 엘리베이터도 탄소나노튜브가 없었다면 계획 수립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만㎞ 상공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과 지상 기지를 오가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엄청난 무게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소재가 탄소나노튜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탄노나노튜브를 적용한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골프채, 하키 스틱, 서핑 보드 같은 스포츠용품이 대표적이다. 정전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정전기와 먼지가 수율(收率)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생산 라인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열 전도성이 높은 특성을 이용, 비행기 날개에 탄소나노튜브 도료를 바른 뒤 열을 통하게 해 수천m 상공에서 날개가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이미 적용 중이다.

이런 장점에도 발견된 지 20년이 지난 탄소나노튜브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 않는 것은 워낙 크기가 작다 보니 양산(量産)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외 연구진이 원하는 길이로 정확하게 잘라내 여러 가닥으로 꼬을 수 있는 기술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금호석유화학·한화케미칼·LG화학 등의 기업이 탄소나노튜브 양산이나 이를 이용한 복합 신소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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