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탁구스타 아들.. 그린 위 별이 되다

민학수 기자 2015. 5.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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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 유럽 PGA 챔피언십 21언더파 우승.. "달 위를 걷는 기분"] 대회 최저타에 亞선수 첫 우승.. US·브리티시오픈 출전권도 획득 세계 132→54위.. 한국선수 최고, 프레지던츠컵 출전 청신호 밝혀 부친 안재형 "중국서도 큰 화제.. 내 아들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

국경을 넘은 사랑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훔쳤던 탁구 마법사 부부의 아들이 한국 골프의 희망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메달리스트이자 한·중 핑퐁 커플로 유명한 안재형(50)과 자오즈민(52)의 아들 안병훈(24)이 유럽 메이저 골프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올해 10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연합팀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하고도 한 명도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던 한국 골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유럽투어 홈페이지)는 찬사를 들을 만큼 매혹적인 플레이였다. 320야드에 이르는 시원한 드라이버샷에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과 퍼팅도 빈틈이 없었다. 2009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기록(17세10개월)을 세웠던 안병훈이 프로의 세계에서도 정상에 오를 자질을 갖췄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안병훈은 25일 오전(한국 시각)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7302야드)에서 막을 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5개로 7타를 줄여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했다. 공동 2위(15언더파)인 통차이 자이디(태국)와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6타 차로 제쳤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안병훈이 세운 21언더파는 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안병훈은 우승 상금 83만3330유로(약 10억2000만원)와 함께 올해 US오픈과 3년간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세계 랭킹도 132위에서 프레지던츠컵 출전이 가능한 5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국 선수 중 최고 랭킹이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한 안병훈은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부모님처럼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 14언더파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마지막 날 선두로 출발하는 것이 굉장히 떨렸다"고 했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2·4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안병훈은 보기 위기가 올 때마다 쇼트게임으로 파세이브했다. 후반 플레이는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처럼 압도적이었다. 11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안병훈은 12번홀(파5·531야드)에서 탭인 이글을 잡았다. 193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알바트로스(파5홀에서 2타 만에 홀 아웃 하는 것)가 될 것처럼 홀로 향하다 바로 앞에서 멈췄다. 불꽃 같은 추격전을 펼치던 자이디를 3타 차로 따돌리는 순간이었다. 안병훈은 15·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대회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안병훈은 186cm·96kg의 체격으로 파워 넘치는 샷을 날린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304.9야드(유럽투어 13위), 아이언 샷의 정확성을 보여주는 그린 적중률은 74.7%(12위)다. 탁구 스타였던 부모로부터 탁월한 손 감각을 물려받은 덕분인지 쇼트게임은 최정상급이다. 어머니를 닮아 왼손잡이인데, 아버지의 클럽으로 골프를 배워 오른손 골퍼가 됐다. 왜 탁구 대신 골프를 했느냐는 질문에 "하체는 튼튼하지만 탁구 선수가 되기에는 민첩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간 안병훈은 아마추어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진짜 실력을 키운 것은 8~9시간씩 차를 몰거나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유럽 투어에서였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안병훈은 미국과 유럽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낙방하자 2012년부터 유럽 2부 투어를 돌았다. 지난해 2부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1부 투어로 올라왔다.

지난해까지 아들의 캐디로 뒷바라지를 했던 안재형 탁구 국가대표 코치는 "우리 부부의 승부 근성을 닮아 투지가 넘쳤지만 실수를 하고 나면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고생을 하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오늘 경기를 보니 내 아들 병훈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했다"며 웃었다. 사업가로 변신한 어머니 자오즈민은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업체 '옴니텔 차이나'의 대표로 주로 베이징에 머무른다. "아내와 통화를 하니 병훈이의 우승이 중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고 하더라"고 안 코치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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