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失職 때문?.. '세자매의 죽음' 미스터리

부천/최재용 기자 입력 2015. 5. 26. 03:00 수정 2015. 5. 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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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12층 베란다서 투신.. 막내, 안방서 숨진채 발견 거실서 잔 엄마 "몰랐다" 모두 어린이집 교사인데 두세 달 전 2명이 실직 "사는 게 힘들다" 유서 남겨 간병인 어머니 집에 동거.. 생활보호 신청한 적 없어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33세, 31세, 29세 자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언니 둘은 베란다에서 투신했고, 막내는 자기 방에서 목이 졸린 듯한 상처를 입고 숨졌다. 이들은 유서에서 "사는 게 힘들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생활고 등의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혀 사망 원인이 현재로선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25일 오전 4시쯤 부천 원미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12층에 사는 김모(33)씨와 바로 아래 동생(31)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비원은 "주차장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두 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2명은 지하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 지붕으로 추락한 뒤 플라스틱 덮개가 깨져 통로 바닥에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이들의 집으로 급히 올라가 보니 막내(29)가 안방에서 누워 숨져 있었다. 집에 있던 어머니 박씨는 "전날 밤 11시쯤 집에 들어와 보니 딸들이 함께 TV를 보고 있기에 자정쯤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며 "딸들에게서 평소와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씨는 출동한 경찰이 집에 찾아온 뒤에야 잠에서 깨 딸들이 숨진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경찰은 안방에서 발견된 유서에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미뤄 세 자매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세 자매는 이런 내용으로 유서를 각자 썼으며, 세 사람 필적과 각각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두 언니가 막내의 목을 조른 뒤 투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신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다섯 자매 중 아래 셋이다. 1993년 무렵 아버지가 사망한 뒤 첫째·둘째는 분가(分家)했고, 아래 셋은 어머니 박모(62)씨와 함께 살아왔다. 어머니는 간병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넷째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다. 셋째와 막내도 각기 다른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가 두세 달 전쯤 시청 시설 감사에 적발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그만뒀다고 한다. 10년간 어린이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셋째는 이후 문을 닫은 어린이집을 인수하려 했지만 돈이 부족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 일단 이들 자매가 실직 또는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진술이나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천시에 따르면 이 가족은 구청에 생활보호대상자(생보자) 신청 등 도움을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천시 관계자는 "세 자매는 물론 어머니까지 일을 하고 있는 데다 살고 있는 아파트(76㎡·시가 약 2억3000만원)가 어머니 명의로 돼 있고 압류나 경매·융자 등에 물려 있지도 않아 생보자가 될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어머니 박씨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빚에 몰리거나 생활이 크게 쪼들리지는 않았다"고 말했고, 친척 등 주변 사람들도 같은 진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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