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핑퐁 커플'의 외아들, 유럽 PGA 왕자됐다.. 안병훈, BMW PGA챔피언십 아시아 선수 첫 우승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2015. 5. 2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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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탁구 감독직 내놓고 아들 백 메며 '골프 대디' 자청.. 자오즈민은 경영인으로 성공

"자고 나니 유명해져 있었다."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고백처럼 안병훈(24)도 하룻밤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골퍼가 돼 있었다. 세계랭킹도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5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중 탁구 커플로 유명한 안재형-자오즈민의 외아들인 안병훈(24)은 25일 새벽(한국시간)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7302야드)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메이저 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올해로 61회째를 맞은 권위 있는 이 대회에서 아시아인 우승은 안병훈이 처음이다. 밤늦게 TV로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안재형 탁구 국가대표 코치는 "밑에서 추격한 것이 아니라 압박이 심한 챔피언조에서 무려 7타를 줄이며 우승한 것은 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대견해했다. 이어 "이젠 예전의 병훈이가 아니다"며 괄목상대한 아들의 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병훈은 누구=안병훈의 부모는 한·중 탁구 커플로 유명한 안재형, 자오즈민이다. 이들 커플은 한·중 수교 전인 1989년 결혼에 골인하면서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안재형은 서울올림픽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땄고, 중국대표로 출전했던 자오즈민은 여자복식 은메달, 단식 동메달을 획득했다.

안병훈은 어릴 때 축구와 탁구 등 여러 종목을 섭렵했지만 탁구를 하기에는 너무 컸고 느렸다. 그러나 7세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다닌 뒤부터는 골프에 유독 취미와 재능을 보였다. 2005년 12월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뒤 아버지 안재형도 2007년 대한항공 감독직을 박차고 나가 '골프 대디'의 힘든 길을 걸어야 했다. 아버지가 백을 멘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그는 만 17세10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0학년도에 UC버클리에 진학했으나 1년 뒤인 2011년 프로 전향을 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 2부 투어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8월 2부 투어 롤렉스 트로피에서 우승하면서 올해부터 1부 투어에 신인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안병훈은 "2부 투어 생활이 정말 힘들었지만 부모님이 끝까지 믿고 도와주셨다. 특히 부모님께 물려받은 경쟁 DNA가 있어 남한테 지는 게 싫었다"고 밝혔다.

아들을 믿은 아버지는 올 초 탁구 국가대표 코치로 선임돼 본업인 탁구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중국 최초의 휴대전화 벨소리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안병훈은 공동 26위에 올라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난 1월 카타르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올해 12차례 대회에 출전, 이번 우승을 포함해 네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187㎝, 87㎏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유럽투어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304.9야드에 이를 정도로 호쾌한 장타가 주무기다. 비거리가 전체 206명 가운데 13위다.

이날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친 안병훈은 데뷔 첫 승을 유럽투어의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승 상금은 94만 달러(약 10억2000만원). 공동 2위 통차이 짜이디(태국)와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에 무려 6타 앞선 완벽한 승리였다.

◇프레지던츠컵 대표 가능성=이날 발표된 세계 남자골프 랭킹에서 안병훈은 2.40점을 받아 지난주 132위에서 54위로 뛰어올랐다. 배상문(29·84위)을 제치고 한국 선수 중 순위가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될 프레지던츠컵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과 대결하는 인터내셔널팀은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호주, 남아공 선수들로 구성되며 세계랭킹 순으로 10명을 추려내고 나머지 2명은 단장 추천이 가능하다. 이날 우승으로 안병훈은 인터내셔널팀 선발 랭킹 9위에 자리해 현재의 랭킹만 유지해도 출전이 가능하다. 또 올해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도 얻어 랭킹을 끌어올릴 기회가 더 늘어났다.

인터내셔널팀 단장인 닉 프라이스(남아공)는 "이번 여름 다가올 메이저 대회에서 특히 주의 깊게 안병훈을 지켜볼 생각이다. 10월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을 대표해 팀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그에게도 무척 특별한 일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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