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천재 존 내시 교통사고로 '비극적 최후'

입력 2015. 5. 25. 20:10 수정 2015. 5. 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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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신병→이혼·노숙생활→노벨상 수상→아내와 재결합

노르웨이서 아벨상 수상뒤

귀국길에 교통사고로 참변

22살때 '내시 균형' 이론 정립

44년뒤 노벨 경제학상 받아

영화 '뷰티풀 마인드' 실제 모델

천재 수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86)가 23일 아내 얼리샤와 함께 미국 뉴저지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내시는 22살 때 게임이론의 핵심인 '내시 균형' 이론으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천재적이었다. 그의 이론은 경제학·생물학 등 현대 학문과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내시 균형은 게임이나 협상, 경쟁에서 라이벌들의 이익이 균형을 이뤄 더이상 선택을 바꾸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제로섬 게임 중심이었던 기존의 게임이론을 상호 이익이 가능한 좀더 현실성 있는 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내시는 고등학생 때 한 수학자의 책을 우연히 마주한 뒤 수학에 빠져들었다. 공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카네기멜런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으나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교수의 조언으로 수학과로 전과했다. 석사과정 지도교수는 "이 사람은 천재다"라는 단 한문장만 써서 그를 프린스턴대 박사학위 지원자로 추천했다.

내시는 프린스턴대에서 천재답게 지적 오만이 강했고,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덤벼드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복도를 서성이거나, 대화 중간에 떠나버리고, 끊임없이 휘파람을 부는 등 기이한 행동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전임강사 시절 물리학도였던 얼리샤와 만나 1957년 결혼했다. 그러나 2년 뒤인 31살 때 아내가 임신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그는 심한 정신분열증을 앓아 정신병동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한동안 유럽으로 도망가 수수께끼 같은 엽서를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냈다. 또 프린스턴대 교정에서 배회하거나, 자신의 대학 시절 강의실 칠판에 알 수 없는 공식을 끄적거렸다. 프린스턴대 학생들에게 그는 유령으로 불렸다.

그의 게임이론은 학계에서 점점 인기를 끌었으나, 정작 그는 학문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다. 학계에선 그는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행히 가족과 친구, 동료들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얼리샤는 1963년 그와 이혼했으나 1970년까지 자신의 집에서 살게 했다. 친구와 동료들은 재정적으로 그를 도왔다.

1990년대 초 정신병 증세가 완화된 데 이어, 44년 전에 썼던 27쪽짜리 박사학위 논문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인생은 다시 바뀌었다. 그는 거리의 노숙자(홈리스)에서 갑자기 유명인사가 됐다. 2001년에는 아내와 재결합했다. 그의 삶은 <뷰티풀 마인드>라는 제목의 책으로 쓰여졌고, 곧이어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3월 수학자 루이스 니런버그와 함께 편미분방정식 분야에서 획기적 기여를 한 공로로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뒤 귀국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시 역을 맡았던 배우 러셀 크로는 트위터에 "존과 얼리샤,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보낸다. 뷰티풀 마인드. 뷰티풀 하트"라고 적었다. 론 하워드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 일부를 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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