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비뚤어진 '기독교관'

정은균 2015. 5. 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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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황 후보자의 종교 편향, 우려스럽다

[오마이뉴스 정은균 기자]

한국은 세계 최대 교회와 50대 메가처치(megachurch) 23개를 갖고 있는 나라다. 1958년 가정교회에서 시작한 순복음교회는 최대치를 찍은 2010년에 신도 수가 78만 명에 이르렀다. 메가처치에 속하는 23개의 한국 교회 중 5개는 10위권에 들어 있다.

명실상부한 기독교 국가답게 독실한 기독교 신자 출신 대통령도 3명이나 나왔다.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이 그들이다. 백중현 <인물과 사상> 기자는 저서 <대통령과 종교>에서 이들 세 대통령을 제외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대통령은 신앙심이 독실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종교적 신념이 정치에 투영된 종교로 기독교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기독교의 힘은 강하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1992년 기독교부흥협회 예배에서 '기독교 입국론'을 밝혔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기독교가 일어나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은 기독교인이, 대통령은 장로가 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헌법 제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는, 현대국가들의 일반적 흐름인 정교분리 원칙이 천명되어 있다. 하지만 조 목사의 '위헌적인'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실질적인 정교일치 국가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흐름은 '장로 대통령' 이명박이 집권한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기독 신앙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현실에 투영하면서 조 목사 식의 '기독교 입국론'을 공공연히 밝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그 대표적인 인사로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를 꼽고 싶다. 그들은 모두 정교일치를 갈구하는 '종교국가주의자'처럼 보인다.

▲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황 장관은 2005년 <지혜의 일곱 기둥>이라는 제목의 기독교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황 장관은 "이 나라(한국)는 아시아의 중심적인 기독교 국가"라며 "기독교 교육이 행해지는 사립학교에 대해 정부는 교회의 고유 권한을 존중해 원칙적으로 지원을 하더라도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가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교회(기독교)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였다.

그가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비기독교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크게 냈다. 정치와 종교가 엄격하게 분리된 우리나라에서 교육 수장이 특정 종교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며칠 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펼쳐지는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 황 후보자의 종교 편향 문제는 2013년 법무부장관 청문회 당시부터 주요 쟁점이었다. 2012년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펴낸 <교회와 법 이야기>에서 황 후보자는 '교회법'에 대해 강한 믿음을 피력했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법인 교회법과 세상법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을 던진 뒤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보다 크고 앞서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법을 중시한다는 원론적인 의견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로부터 다분히 종교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발언이다.

황 후보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야간 신학대를 다닌 이력, 어릴 때부터 다닌 교회에서 전도사를 지낸 경험, 법조계 내 기독교인 모임인 애중회 감사를 맡은 일 등이 그의 범상치 않은 '신앙심'을 말해준다.

황 후보자는 민영교도소 설립을 추진해온 기독교 단체 아가페에서도 활동했다고 한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5월 22일 논평을 내 황 후보자가 아가페의 이사로도 활동했다는 점을 들면서 "국가정책이 한 공직자의 종교적 신념으로 결정된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비판한 이유일 것이다.

황 후보자는 공직자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황 후보자가 기독교 신자로서 펼치는 종교 활동은 그의 개인적인 자유 의지에 속하는 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애중회나 아가페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종교 편향이라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가 공직을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장으로 보거나, 공직 재직 기간 중 일어난 일들이 '하나님의 뜻'과 관련된다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황 후보자는 지난 2011년 5월 11일 부산 강서구 호산나교회 강단에 섰다. '특별강연' 형식을 빌렸으나, 그런 교회 강연의 특성상 '신앙간증회' 성격이 강한 자리에서였다. 그 강연회에서 황 후보자는 스스로를 "미련한 나"로 표현했다. "이런 분(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딱 되고 나니까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이 전부 좌천됐다"라면서 "나는 사법연수원 교수여서 직접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미처 깨닫지 못하던 환난으로부터의 도피성(逃避城-기자 주)을 내게 허락해 주신 것"을 '하나님'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검찰 인사를 '환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에서 환난은 기독교적 고난으로, 악의 세력에 의해 하나님의 세력이나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받는 고통과 어려움이라는 신앙적 의미를 나타낸다. 환난의 관점을 따르는 한 그를 비롯한 공안검사들은 '선'이 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악'이 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씨'로 지칭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투신'으로 표현한 심리의 기저에 이런 시각이 내포되어 있는 건 아닐까.

더 큰 문제는 그의 '공직관'이다. 황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교수직을 '한직'으로 간주한다. 그는 사법연수원 교수 생활을 "편안하게 푸른 초장에서 연수생들하고 같이 놀면서 이렇게 지내고 있었어요"라고 하면서 "사법연수원 교수라고 하는 한직은 내가 원하지 않았던, 바라지 않았던 자리"라고 표현했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국가기관의 보직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정해진 승진 코스에서 만나는 고통을 잠깐 피해 쉬어가는 곳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호산나교회 강연 영상 속의 황 후보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그 신앙은 황교안 개인의 욕망을 감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간증' 영상 속 그의 최대 관심사가 승진에 있으며, '하나님의 뜻' 또한 그의 승진 여하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황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일성 중 하나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다.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일까.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그것들을 가르나. 황 후보자가 혹시 총리가 된다면 '공안통 검사'라는 혁혁한 이름을 가진 총리답게 전 국민의 머릿속 생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려고 하지 않을까.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을 '비정상'으로 몰아세우지 않을까. 황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서 보여준 '강단'을 떠올리면 허황된 과장이 아니다. 두려운 일이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은 인혁당 2차 재건위 사건을 조작해 서도원, 도예종 등 8명을 최종 판결 18시간만에 사형시키는 폭거를 저질렀다. 영구 독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개신교와 천주교 등 기독교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당시 국무총리인 김종필은 그들이 정교분리에 위배된 신앙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정교일치를 내면화한 듯한 국무총리 후보자를 맞이하고 있다. 군사 독재 시절 부조리한 정권에 항거하는 기독교 신자들을 향해 분명 정교분리를 외쳤을 보수 기독교도들은 이제 공공연히 '기독교 입국론'에 기반한 정교일치를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황 후보자야말로 가장 뚜렷한 사례가 아닐까.

지방 사립중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기독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강조되는 기독교 계열 학교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의식적으로' 기독 교사로서보다는 공교육기관 종사자로서의 정체성을 더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학교 운영과 관리가 국가 관할 아래 있으며,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가 국민 세금이어서다.

황 후보자의 급여 통장에 들어오는 돈 역시 그가 다니는 교회 신자들이 낸 헌금이 아니라 국민 세금이다. 세상법보다 교회법을 더 우선시하고, 공직을 '하나님의 뜻'을 펼치는 자리 정도로 간주하는 건 그런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공직자로서 황 후보자가 '모셔야' 할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하나님'이 아니라 국민이다.

덧붙이는 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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