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5년간 키운 水처리 사업 롯데에 매각

입력 2015. 5. 25. 17:22 수정 2015. 5. 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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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자·화학소재 집중.. 롯데, 水처리 최고기술 확보 '윈윈'

삼성의 과감한 결단.. 양산 지지부진하자 정리 미래사업서 이례적 철수 '한화 빅딜' 이어 개혁 탄력

롯데는 미래에 투자.. 水처리 분리막 독자 개발 1000兆 水처리 시장 놓고 도레이 등과 정면승부

삼성이 5년간 육성했던 수처리 사업을 롯데에 전격 매각하면서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사업구조 재편 일환으로 수처리 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하고 소재 사업에 전력투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로서는 미래 성장사업으로 삼은 수처리 분야의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양사 간 '윈윈 효과'를 얻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 수처리 털어내고 소재 집중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SDI의 수처리 부문 매각은 소재 업계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수처리 멤브레인(분리막) 사업을 R&D 단계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지만 완전히 접을 것이라고는 예상못했다"며 "특히 수처리 사업은 그룹에서도 관심이 높았다는 점에서 뜻밖"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처리 사업 매각 프로젝트에 정통한 소식통은 "수처리 사업 매각은 2013년 말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의 에버랜드 매각으로 촉발된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의 일환"이라며 "작년 삼성과 한화 간 '빅딜'과 마찬가지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전자 중심의 구조개혁 차원에서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직후부터 매각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삼성이 수처리 분리막 사업에 뛰어든 건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전인 지난 2010년 3월이다. 당시 제일모직은 기존 전자재료와 케미컬 등에서 확보한 소재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고 잠재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수처리 분야를 신수종 사업으로 정해 본격적인 R&D 투자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은 수처리 분리막 사업을 담당한 제일모직 경기 의왕 R&D센터에 시험 설비와 연구인력을 대거 배치해 독자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은 2012년에는 코오롱이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소송에서 승소하고 경북도와 물산업 육성에 상호 협력하는 협약까지 맺으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파일럿(시범)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일부 생산시설에 산업용 정수설비를 공급하기도 했지만 양산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삼성SDI가 제일모직과 합병과정에서 자원과 인력을 주력인 소재에 집중하기 위해 신사업인 수처리 분야를 정리하게 된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합병 이후) 주요 사업 영역인 전자와 케미컬(화학) 소재 쪽에 더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수처리 사업 매각을 추진했다"며 "한마디로 소재 사업 쪽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롯데, 수처리사업 확 키운다

후발주자인 롯데케미칼로서는 이번 인수로 수처리 분리막 분야의 R&D 경쟁력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SDI가 5년간 개발한 수처리 관련 시험설비와 핵심 인력에 분리막 독자 기술까지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1년 신사업을 담당하는 대덕연구소 연구6팀에 수처리 조직을 신설해 독자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사업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최대 수처리 업체인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롯데는 현재 대덕연구소에서 독자 개발한 수처리 분리막 기술의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열린 대구경북 세계물포럼과 대한민국화학산업대전에 독자 개발한 중공사막(UF) 수처리 분리막 기술을 선보이면서 양산화에 다가서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대덕연구소에서 독자 개발한 수처리 분리막 제품을 시범생산하는 단계"라며 "다만 삼성 수처리 분리막 사업 인수로 시너지가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양산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수처리 산업은 기술 연관성이 높은 섬유나 화학 소재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전문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시장 규모는 2010년 500조원에서 2016년 700조원, 2025년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문기관들은 핵심 기술인 수처리 분리막 시장도 2012년 55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120억7000만달러로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레이케미칼이 역삼투압(RO) 분리막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롯데케미칼 외에도 LG화학, 코오롱, 효성, 휴비스 등이 수처리 분리막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수처리 분리막 산업은 기술 및 영업경쟁력에서 도레이, 다우케미칼, GE 등 글로벌 기업들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만큼 얼마나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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