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듯했던 울산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김태석 2015. 5. 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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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울산)

확연히 달라지는 듯했다. 울산 현대는 지난 11라운드 성남 FC 원정 경기에서 보인 무기력한 공격력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봐도 될 만치 강력한 공세를 보였다. 양동현이 만들어 낸 두 골이 바로 이를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허술한 수비는 모처럼 승기를 잡는 듯했던 울산에 또 다시 무승부를 안기고 말았다.

26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2라운드에서 울산이 포항에 2-2로 비겼다. 울산은 전반 10분과 전반 32분에 두 골을 몰아친 양동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경기를 주도했으나, 전반 13분 티아고와 후반 7분 김승대가 각각 터뜨린 골을 앞세운 포항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리그 8경기 연속 무승, FA컵까지 합하면 공식전 9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성남전에서 울산은 큰 충격을 맛봤다. 경기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당시 울산은 팀 플레이가 전혀 되지 않았다. 상대 골문을 향한 빌드업도, 상대 공세를 차단하는 수비도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한수 아래라 여기며 반전을 위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었던 당시 성남전서 울산이 기록한 슈팅은 단 세 개, 참고로 성남이 기록한 슈팅이 총 13개였으니 내심 승리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자세가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기력했다. 이 때문에 징계 때문에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윤정환 울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일도 있었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직후 펼치는 경기, 그것도 동해안 더비라 불리는 라이벌전이 주어졌다. 양 팀 공히 분위기 반전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할 경기였고, 라이벌전이라는 촉매 때문에 지면 충격은 두배가 될 절체절명의 승부였다. 울산은 이를 단단히 의식하고 승부에 임한 듯했다. 수비를 두텁게 쌓고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보는 울산이 아니었다.

공격적이면서도 거칠게 부딪치는 전략을 택했다. 하성민과 구본상이 손준호, 김태수로 이어지는 포항 중원 라인과 치열하게 경합해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 좌우에 자리한 풀백과 날개들이 적극적으로 공간으로 파고들거나 얼리 크로스를 통해 상대 문전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야기했다. 여기에 라인을 끌어올려 세컨드 볼 상황이 발생하면 되도록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를 전개시킬 수 있도록 했다. 체력적으로 대단히 소모가 많은 경기 운영 방식이라 윤 감독으로서도 쉽게 꺼내들 수 없는 카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카드를 뽑아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팀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할 경기였다. 포항이 똑같이 무승의 늪에 빠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7경기 연속 무승에 빠진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승리를 만드려면 수비에 무게를 두는 소극적 경기 운영을 피해야 했다. 두 번째는 포항의 경기 스타일을 억누르기 위함이다. 기술이 좋고 패스가 뛰어난 선수들로 경기를 지배하는 걸 선호하는 포항의 공격을 의식하지 않고 막연히 선수비 후역습에만 치중했다가는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갈 소지가 높았다. 다소 모험적이라고는 해도 울산은 이기기 위해서 이런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뜻하는대로 공세를 펼쳤고 초반부터 많은 골을 뽑아냈다. 이는 최근 3경기 연패의 늪에 빠졌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전반 10분 양동현이 터뜨린 선제골 상황은 윤 감독의 이런 노림수가 적절히 먹혔던 장면이었다. 측면에서 모험적으로 크로스를 시도함과 동시에 페널티박스 안에 최대한 많은 선수를 집어넣어 세컨드 볼에서 우위를 점해 슈팅을 시도하려고 했다. 높은 위치에서부터 곧바로 공격을 가하려고 한 것이며, 양동현이 이렇게 만든 찬스를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분위기가 살자 장기인 세트 피스에서도 득점이 터져나왔다. 선제골을 만든 양동현은 전반 32분 제파로프의 코너킥을 이어받아 두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최근 공격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냈던 공격은 분명히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비가 문제였다. 애당초 수비의 핵 김치곤이 부상으로 빠진데다 골키퍼 김승규마저 경고 누적으로 발목이 묶인 터라 수비에서 적잖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몸싸움과 압박을 통해 상대를 짓누르면서도, 몇몇 위기에서 꼬박꼬박 실점하는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전반 14분 티아고에게 내준 실점은 포항의 첫 번째 슈팅 찬스에서 나온 골이다. 후반 7분 김승대에게 내준 두 번째 실점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울산에 눌려 빌드업을 통해 찬스 만드는데 어려움을 드러냈던 포항은 문전에서 주어진 세컨드 볼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만들었다.

울산은 후반으로 갈수록 전반에는 보이지 않던 공간을 자주 노출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압도하는 듯했던 포항과 라인 싸움에서 서서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올 시즌 첫 출전이라 경기 감각이 무딜 수밖에 없는 송유걸의 악조건은 울산의 후방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였다. 화끈하게 두들기며 앞서가는 경기를 먼저 펼치면서도 이번에는 극심하게 흔들리는 수비진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것이다. 승리가 절실했던 윤 감독으로서는 가슴을 칠 수밖에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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