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 인터뷰] 우리은행 이승아, "지난 2년, 가장 많이 바뀐 건 긍정의 마인드"

박진호 2015. 5. 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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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박진호 기자] 2년 전 바스켓코리아는 WKBL의 새 시즌을 빛낼 각 팀의 선수들을 한 명씩 조망하는 특집으로 'Estrella★WKBL' 인터뷰를 실시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그녀들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2년 전 그녀들을 만났던 그때 그 곳에서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2년 전과 지금을 잇는 'Before & Now' 인터뷰다

5시즌 보내고 3번의 우승,'위성우 농구'에 완벽 적응

2년 전, 'Estrella★WKBL'의 첫 주인공이었던 이승아 (http://www.basketkorea.com/2013/06/79960.htm)는 당시 모든 것을 다 가진 선수였다.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들어와 당당하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신인상도 거머쥐었다. 팀이 최하위에 머무는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인터뷰에 나섰던 시즌, '꼴찌반란'을 완성하며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짧은 시간에 신인상과 프로 주전, 그리고 우승까지 차지한 이승아는 그야말로 다른 선수들이 이루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프로 입단 세 시즌 만에 다 가진 것이다.

그러나 이승아는 이 시기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했다.

'농구 사춘기'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적응'이라고 말하기에는 가혹하리만큼 힘든 혼돈의 시기를 겪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농구의 미래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었지만 농구를 그만 둘지 여부를 고민할 만큼 생각이 많았다. 프로 3년 째. 위성우 감독의 부임 첫 해를 맞아 모든 시스템이 바뀌었다. 지옥 같은 훈련을 소화해냈지만 이를 꾸준히 극복해나갈 자신이 없었고, '우승'이라는 성과로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 엄청난 훈련들이 저한테 도움이 된다는 건 그때도 분명히 알았어요. 그래서 훈련을 받고 시즌을 뛰고 했는데,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첫해에 갑자기 확 바뀌면서모든게 한꺼번에 확 오니까 정말 감당이 안됐던 거죠."

당시 위성우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저를 싫어하겠지만, (이)승아랑 (박)혜진이가 특히 싫어할 것"이라며 이 두 선수에게특별히 강도 높은 조련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아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감독님이 너무 싫었다"며 웃었다. 사실 2년 전 인터뷰 당시, 이승아는 "감독님이 그렇게 싫으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은 이승아에게 여유와 적응을 안겨줬다.

"그때 남들이 가장 힘들고 싫은 게 뭐냐고 물으면 너무 많아서 대답을 못했는데, 지금은 전부 다 막연해져서 대답이 안 나와요. 결국 그때도 지금도 답이 없네요. 이런 것도 감독님 능력인가 봐요."

혹독하고 악명 높은 우리은행의 훈련. 그러나 이제 선수들 스스로가 이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2년 전만해도 "인터뷰를 조금만 더 길게 해 달라"며 팀 훈련 시간을 피하려 했던 이승아는 개인 훈련을 위해 최대한 인터뷰 시간을 줄이려 했다. 이례적으로 위성우 감독이 두 달간의휴가를 줬지만 선수들은 미리 숙소에 복귀하여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통합 3연패의 과정에서 선수들도 준비하는 법과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위성우 감독이 스스로 '자신을 가장 미워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박혜진은 몰론 이승아 역시 "이제는 감독님이 그렇게 밉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상복 없는 선수

첫 인터뷰 후 2년 동안 이승아는 꾸준하게 리그를 뛰며 팀의 우승과 함께 했다. 팀은 통합 챔피언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이승아 역시 영광의 순간에 빠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프로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 맞춰 복귀했고 결국은 제 역할을 해냈다.

인성여고 시절 전관왕이었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한 이승아는 프로에 와서도 정체 없는 발전으로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도 많이 성숙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춘 것이다. 스스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발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개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받을 수 있는 상이 뭐가 있을까요?"

이승아는 자신에 대해 상복이 없는 선수라고 말한다.

신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그 뒤로 개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은 스스로도 개인상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수비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고,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2개 이상의 점프슛을 넣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특별히 어떤 상을 받겠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은 없다. 그런데 너무 개인상을 받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자유투 상은 힘들지 않겠냐고 살짝 자극을 해봤다. 자유투 상은 팀 선배인 박혜진과 동기인 홍아란(KB스타즈)이 2012-13시즌과 2013-14시즌에 수상했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하냐"며 발끈한다.

자신감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슛 성공률이다.

이승아의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은 45.3%로 이전 시즌에 비해 20% 가까이 높아졌다. 자유투 성공률도 80%로 이전 시즌보다 20% 정도 상승했다. 가장 큰 비결은 슛 폼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슛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아직까지 자신의 슛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대가 수비를 하며 자신을 완전히 버려두지는 못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승아가 가장 욕심을 내는 부분은 득점이나 야투 쪽이 아닌 어시스트 부문이다. 하지만 내내 '긍정'을 강조하던 이승아는 어시스트와 관련해서는 스스로 이미선(삼성)의 이름을 꺼내며 "아직은 무리인 것 같다"며 꼬리를 말았다.

그러나 이미선이 국가대표를 은퇴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이승아는 국가대표 1번의 계보를 이어가야 할 선수로 주목받는 선수다. 2년 전에는 없었던 국가대표의 경험이 지금은 있다.

비록 3전 전패로 탈락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경험이 이승아에게는 큰 힘이 됐다. 국내에서는 아시안게임에 가려진 대회였고, 대표팀 주력멤버들이 모두 빠진 대회였지만이승아에게는자부심으로 남아있는 대회였다.

"그죠? 저희 잘했죠? 심지어 호주한테 앞서기도 했었어요!"

세 경기 모두 생각보다 잘 싸웠다고 칭찬하자 이승아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마무리가 안 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결국 높이에서 안 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뛰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팀도 잘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리바운드와 높이의 한계 속에 마지막에 하나씩 계속 허용하면서 결국 경기를 내줬다는 것.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경기를 보고만 왔어도 공부가 됐을 것"이라며,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것은 자신에게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또한 포인트가드라는 자리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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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얻은 것과 잃은 것

이승아는 인터뷰도 많이 늘었다. 그리고 외모도 부쩍 예뻐진 게 사실.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냐'라는 질문에 대해 이승아는 '전혀'라고 손사래를 치며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동기인 김규희(신한은행)와 홍아란(KB스타즈)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우리 승아가 얼마나 예쁜데요"라고 항상 강조하는 우리은행의 박성배 코치는 이승아의 동기 명단을 확인하고는 "승아가 죽음의 조에 걸렸다"며 아쉬워 한 바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부분으로 이승아는정신적으로 성숙한 부분을 꾸준히 강조했다. 기술적으로 안 되던 부분이 되는 것도 있고 기량적으로 발전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성숙한 것 같다며 그 부분이 가장 큰 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2년의 시간이 자신에게 뺏어간 부분은 '발목'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지난 시즌 두 차례의 부상으로 시즌 막판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하마터면 챔피언결정전까지 결장할 뻔 했다. 프로에 와서 시즌 중에 입은 가장 큰 부상이었다.

그러나 이승아는 "얻은 것이 많기 때문에 발목 다친 것 정도는 충분히 내줄 수 있는 손실"이라고 말한다. 지난 2년 동안에도 꾸준히 우승을 차지했고, 어렵다는 챔피언 반지를 계속 수확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것. 그리고 올해도 당연히 목표는 통합 4연패다.

"왜요? 우리가 못할 거 같으세요?"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승아가 묻는다.

외국인 선수 선발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힘든 경쟁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던져봤다. 이승아 본인은 물론 박혜진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에이스 임영희의 나이도 감안해야 하고 양지희를 백업해 줄 센터 요원이 마땅치 않다는 부분은 우리은행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작년에도 우리 어렵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승아의 대답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은 없다. 이러한 반문은 또 우승을 하겠다는 이승아의 다짐이다. 이승아는 "시즌 끝나고 얘기하자"며 웃는다. 2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친다.

득점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경기 당 2개 이상의 점프슛을 성공시키고 싶다는 지난 시즌의 개인적인 목표를 얼추이룬 이승아는 이전 시즌에도 수비를 좀 더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계획을 충분히 성공리에 완수한 바 있다.

올 시즌에는 또 다른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다. 왼손도 오른손처럼 쓰고 싶다는 것. 아직까지 왼손이 오른손만큼 완벽하게 자유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위력적인 선수로 인정을 받고 싶지만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은 욕심과 의지는 여전한 진행형인 이승아다.

팀 우승이라는 목표 외에 하나 씩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완수해나가는 이승아의 성장 속에 우리은행의 미래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다.

'이승아의 코멘트'

"우리 감독님 잘생기셨어요? 아니죠?"- 이승아는 위성우 감독이 선수들에게 외모를 지적하며 예쁘게 꾸미던지 아니면, 의학의 힘을 빌리라고 독촉한다고 폭로했다. "감독님도 잘 생기지 않으셨으면서 예쁜 선수들만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와, 어쩌면 이길 수 있는 게 이렇게 하나도 없지?"- 팀 동료인 박혜진보다 농구에서 앞설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며. 계속 재촉하자 "리바운드는 이기지 않을까요?"라고 대답.

"위 감독님이 우리 팀 오고 나서 제가 성인 여드름이 생긴 거예요."- 이승아는 자신이 피부 하나는 좋았는데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후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비시즌 기간에도 피부가 좋아졌는데 개인훈련을 하러 숙소에 들어와서 위성우 감독을 봤더니 다시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고…

"알아서 저한테 제일 많이 주시지 않을까요?"- 동기들 중에서 연봉은 제일 많이 받고 싶지 않냐고 질문하자.

"아니,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휴가가 길어서 훈련이 시작된 후 선수들이 잘 못하면 위성우 감독이 "휴가를 오래줘서 선수들이 엉망"이라고 하지 않겠냐고 질문했더니 "100% 그럴 것"이라면서도 "저희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알아서 휴가를 주셨으면서 그러시면 안 된다"다고 '단호박'.

"아니요! 전 지금이 좋아요!"- 혹시 2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지체 없이 이승아는 지금이 좋다고 대답. 그러나 만약 2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당시 너무 못 놀아서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위성우 감독이 본 2015년의 이승아

위성우 감독에게 이승아는 흐뭇하고 뿌듯한 제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던 이승아는 지난 2년간 안정감을 더해가며 든든한 팀의 리딩가드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위성우 감독 역시 이승아에 대해 지난 2년간 정신적으로 가장 큰 성장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부임 첫해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승아가 벌써 24살이 됐다"고 말한 위성우 감독은 여전히 이승아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 당시에 비해 확실히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예전보다 지적할 부분도 없으며 스스로 알아서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 애정을 갖고 혹독하게 지도를 했던 만큼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잘 견뎌줬다고 말한 위 감독은 어린 나이에 바뀐 감독에게 처음으로 강한 훈련을 받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승아에 대한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이승아가 말한 '성인 여드름'에 대해서는 "나 때문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을 것"이라며 수긍한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 외모를 지적한다는 폭로에 대해서는 "프로 선수인 만큼 운동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미거나 비시즌기간 중에 자신한테 투자하는 것에 눈치를 보지 말라는 말"이라며 '외모지상주의'라는 평가는 억울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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