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이서진은 차승원에게 밀리지 않았다

김교석 2015. 5. 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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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대박 노리는 이서진의 여전한 매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그렇다. <삼시세끼>의 자막처럼 이서진은 tvN의 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나영석 PD의 단짝이 된 후 드라마 주연이었을 때보다 인지도와 친밀감이 대폭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과 더 자주 꾸준히 마주한다. 얼마 전까지 그리스에서 꽃할배들의 수발을 들고 최지우와 썸을 타던 그가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봄을 맞은 정선으로 달려가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늘 그랬듯이 역시나 투덜거리면서.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삼시세끼>는 <꽃할배>시리즈의 '짐꾼' 캐릭터를 스토리의 중심축으로 삼은 전적으로 이서진을 위한 그이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몇몇 열애설 외에 사생활이 알려지지 않은 주연배우, 높은 학벌, 소문이 무성한 집안 배경을 갖춘 대중들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던 그가 보여준 응당 그럴 것 같은 까칠함과 의외의 소탈함이 뒤섞인 매력은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덕목인 요즘 예능에서 사람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또한 매사에 열의를 갖고 열심히 하고, 절실함을 갖고 도전하라는 요즘 청춘들에게 강요되는 태도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할 줄 알았다. 유행하는 초식남의 취향이라든가 지나치게 감상적인 상황들은 경계하다 못해 비웃을 줄도 알았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아무도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를 구축했다.나영석 PD와 투닥거리다가도 꽃할배들 앞에선 공손하고 최선을 다해 세련된 의전을 펼치는 그는 나영석 PD사단 성공의 상징이었다. 늘 투덜거리고 귀찮고 관심 없는 척하면서 속정과 꼼꼼함을 갖춘 반전 매력은 스토리텔링에 능한 제작진과 만나면서 유재석은 물론이고, 김구라, 박명수도 이루지 못한 원맨쇼를 가능하게 했다. <삼시세끼>와 <꽃보다> 시리즈의 연속된 성공이란 선순환의 사이클 속에서 이서진은 어느덧 배우를 넘어서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예능 브랜드가 됐다.

그런데 <꽃할배> 그리스편과 정선편 시즌2 1회를 보면서 의혹이 생겼다. 정선라이프에 몰입이 예전처럼 잘 안 되었다. 새로 추가된 인물인 김광규와 티격태격하는 것도 오래전부터 그리고 얼마 전까지도 봐왔던 익숙한 뻔한 모습이었다. 공무원처럼 쉬지 않고 출근하다보니 이서진만의 특별한 매력이 빛을 잃은 건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최지우까지 투입해 새로운 '캐미'를 만들려고 했던 그리스편에서는 기존과 다른 모습, 혹은 인상적인 장면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재미'에 대한 이야기가 적잖게 나왔고, 여행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진 <삼시세끼> 시즌2의 1회를 보면서는 투덜거리는 이서진의 캐릭터가 너무 익숙해진 건 아닌가 싶었다. 그 스스로 말한 "차승원한테 밀리고, 최지우에게 밀린" 상황이 실제로 온 건 아닌지, 야구에서도 투수의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서 투구 수 조절을 하고 로테이션을 운영하는데 능력 이상의 강행군을 펼치다 '선수 생명'이 소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조심스럽게 품었다.

그런데 박신혜가 찾아온 2회를 보고나니 염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서진은 여전히 청개구리인데다 투덜이였고, 이 방송의 중심이었다. 꽁치를 달라고 해서 맛 나는 고추장찌개를 끓이는 색다른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못마땅해 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적응하고 해쳐나가는 그의 한결같음이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봄을 맞아 들뜬 옥택연에게 노예처럼 적응해버렸다며 "왜 일을 크게 만드냐" "선조 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의 뒷방 늙은이 같은 잔소리를 하다가 카메라와 게스트로부터 소외받는 진짜 뒷방늙은이의 신세가 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정작 방송을 대하는 데는 옥택연보다 본인이 더 열성적이었다.

이 '투덜이 형'은 어느덧 방송 기획의 영역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섭외부터, 카메라 앵글, 촬영장비까지 신경 쓰며 나섰다. 옥택연이 박신혜에게 집 안 곳곳을 소개하다가 하트 모양이 남도록 갈아놓은 밭으로 데리고 나가자 다급하게 헬리캠을 띄우라고 제작진에게 지시하는가 하면, 대창집 딸 박신혜가 싸온 양대창에 나영석 PD가 딴죽을 걸자 출연자가 연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주문인 "앵글에서 빠져"를 외졌다. 제작진과 묘한 기싸움을 펼치면서 읍내에 나가 폭풍쇼핑을 하는 건 이제 기본이 됐다.게다가 방송에 관심 없는 것처럼 굴더니 섭외에 관한 요구도 늘었다. 음식부터 미장까지 열심히 잘해낸 박신혜를 고정멤버로 추천한 것은 방송상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여행의 동행자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구차하게도 2003년 드라마인 <천국의 계단>의 인연을 꺼내들고는 아역인 박신혜와 함께 성인역의 최지우를 고정 출연자로 섭외해서 안방을 내주자며 은근슬쩍 최지우를 언급했다. 나름 명분과 구체적인 안으로 집요하고도 진지하게 캐스팅에 의견을 보탰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최근 최지우의 스케줄이 비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지나간 지난 2회 차에선 <삼시세끼>의 또 다른 스타들인 밍키와 잭슨 등의 동물 친구들은 평소만큼 분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정된 공간, 특별할 게 없는 상황 속에서 <삼시세끼> 제작진은 동물들을 갖고 만든 스토리텔링으로 볼거리를 창조해 큰 재미를 봤다. 그런데 이번 회에는 이런 구원투수가 필요치 않았다. 마음에 드는 게스트가 들어오고 활기가 돌자 이서진이 알아서 끝냈다. 오자마자 투덜거리고, 안 그래도 일 많이 한 게스트에게 또 일을 시키는 남자. 뻔뻔하고 매사 귀찮아 하지만 할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남자 이서진의 매력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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