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봉? 비싸도 너무 비싼 중국 내 북한 식당

안준용 기자 2015. 5. 22. 07: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이모(43)씨는 이달 초 황금 연휴에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3박 4일 일정의 여행사 단체 관광을 떠났다. 총 21명 일행은 귀국을 하루 앞둔 3일 저녁, 조선족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전세버스를 타고 북한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할 무렵 가이드가 말을 꺼냈다. “지불하신 여행 경비에 식대가 다 포함돼있지만, 이 식당에선 특식을 주문해야 하니 1인당 40달러씩 더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1인당 약 4만4000원씩을 더 내야 했다. 초등학생, 중학생도 예외가 없었다. 이들이 식사를 하는 도중에 식당 종업원들은 “술은 안 드시냐. 안주는 필요 없느냐”며 계속 추가 주문을 권했다. 북한 맥주 한 병이 60위안(약 1만600원), 작은 고량주 한 병이 180위안(약 3만2000원)이었다. 이씨는 “잠시 공연하는 걸 빼고는 특별한 게 없었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공연 때도 북한 노래가 계속 흘러나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됐고, 우리가 낸 돈이 어디로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과 인근에 분포한 북한 식당들이 음식 값을 너무 비싸게 받으면서 주 고객인 한국인 기업가와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북한 식당들의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해선 북한 내부 경제난이 그만큼 극심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공안 관계자는 “북한 식당을 관리하는 주체는 국방위원회(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225국 등으로, 현지 식당 운영자들은 벌어들인 외화 중 상당액을 송금해야 한다”면서 “최근 들어 정권이 북한 식당에 떠안기는 외화벌이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과거에 비해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까지 중국 내 60여개에 달했던 북한 식당은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그 수가 줄어 최근에는 40여개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 내 반(反) 부패 단속이 강해지면서 고급 식당과 유흥업소들은 불황을 맞았다. 중국 식당보다 3배 이상 가격이 비싼 북한 식당들도 고급 음식점으로 분류돼 수입이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북한 식당의 주 고객인 한국인 기업가나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일부 식당은 현지 한국 식당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관광 가이드에게 건네는 리베이트 액수를 올렸는데, 이것 역시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중국을 여행하면서 북한 식당에 들른 배모(31)씨는 “북한 식당은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 필스 코스처럼 돼버렸다. 북한 식당에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잘 보면 열이면 열 모두 한국인”이라면서 “기분에 따라 술까지 시키면 1인당 7만∼8만원 정도도 쓰는데, 서울의 웬만한 레스토랑 가격”이라고 했다. 북한 식당의 여종업원들도 과거엔 사상 문제 등으로 팁을 거부했지만, 최근에는 손님들이 건네는 100∼200위안(약 1만7000원∼3만5000원)의 팁을 자연스레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북한 식당이 그간 외화벌이뿐 아니라 대남 공작과 대남 정보 수집 거점으로 이용되기도 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2011년 9월 네팔 정부가 현지 북한 식당인 옥류관을 탈세 혐의로 압수수색했을 때 PC에서 식당을 출입한 한국인들의 대화 내용과 신상 자료가 담긴 보고서가 발견된 적도 있다. 공안 관계자는 “해킹 등의 위험도 있는 만큼 호기심에 북한 식당을 찾을 때도 종업원에게 개인 명함을 건네는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